#생선가게 고양이


이현우


졸음이 기지개를 켜는 오후

아무도 모르게 마실 나왔다

보란 듯 꼬리를 흔들며

어슬렁어슬렁 잘난 척해본다


쓰레기통에 엎드려 심심한 하루

뚜벅뚜벅 정처 없이 걷다

먹다가 버린 쓰레기 뒤지는 것

이제 지겹다 자존심 상한다

맛난 먹잇감 반기는 생선가게

발걸음 옮겨본다

독한 가게 주인 보기 전에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눈에 띄면 몽둥이찜질

짧은 생명 끝날 수 있다


두리번두리번

빨리 구석진 모퉁이

방울 같은 눈으로 눈치를 본다

쏙 자판 밑으로 들어가

조용히 숨어 기회를 노린다


슬슬 군침 돌기 시작하며

행복한 고민에 춤춘다

돈 없이 뷔페식당에 온 기분 꽁치, 갈치

고등어, 오징어

신선한 생선 먹고사는

배부른 이들은 알고 있을까


먹지도 않고 버리는

머리, 내장, 뼈와 가시...

훌륭한 한 끼의 식사이다

배고파 방황하던 하루였지만

포만감에 하품이 커진다

따사로운 햇살에 시원한 바람


난 행복한 낮잠에 빠진 포로

천국을 걷는 판타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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