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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Sep 04. 2020

1. 회사가 너무 싫다!

9개월차 프리랜서의 솔찍헌 심정

나는 프리랜서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하루의 반 정도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아직 번듯한 수입도 벌지 못하는, 반백수나 다름 없는 신세다. 그래도 나는 현재의 내 생활에 만족한다. 앞으로 취직할 계획도 없다. 


2년 간의 통번역대학원 생활을 마친 뒤 취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 자체가 싫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위계질서도, 어딜 가나 꼭 한 명씩 있다는 또라이 상사나 동료도,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시스템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세상에 회사를 좋아하고 출퇴근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내 경우에는 ‘회사’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를 일으킬 정도로 거부 반응이 심했다. 


두 번에 걸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나는 회사에서 절대 일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굳혔다. 내가 일했던 회사들이 거지 같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도 크게 어렵지 않고, 진상도 없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 주는 소위 말하는 ‘좋은 회사’에 속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시시각각 가슴이 턱턱 막히고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증세를 경험했다. 회사라는 공간이 나를 잡아먹는 악마의 소굴로 보였고, 한 번 걸려들면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출근을 할 때는 온 세상의 슬픔을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이 되었고,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식은땀이 나고 손이 벌벌 떨리며 저절로 눈물이 솟았다. 회사 화장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여기서 떨어지면 이 고통도 끝날 텐데’ 하는 생각을 매일매일 했다. 


회사에 대한 나의 공포와 거부감은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이유라도 있었다면 ‘왜 취직을 안 하냐’라는 주위의 물음에 그럴듯한 대답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내게는 그런 이유도 없었다. 그저 회사라는 공간이 싫다, 싫다, 너무 싫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마치 전생에 회사에서 혹사당하다 죽은 사람처럼 회사를 기피하고 싫어했다. 지금도 7년 전에 잠시 일했던 빌딩가를 지나면 당시의 막막했던 감정이 떠올라서 기분이 저절로 가라앉는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공황 장애에 시달리던 때’와 ‘회사에 다니던 때’를 꼽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회사를 다닐 때 자주 겪었던 증상이 공황과 비슷했던 것 같다. 매순간 막막하고,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대고, 때로는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다. 회사를 그만 다닐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을 품은 채 근근히 버티다 마침내 계약 기간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의 그 해방감과 기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비록 내가 처음 벌어보는 큰 액수의 돈이 통장에 찍혔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아무리 거금을 준다고 해도 그 엄청난 압박감과 불안감을 다시 견뎌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워커홀릭에 가깝다. 하루종일 일 생각만 하고,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며, 일거리가 적으면 불안해하는 타입이다. 그런 내가 워커홀릭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직장 생활을 거부하고 자칫 반백수가 될 수 있는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회사가 싫었기 때문이다. 돈은 많이 벌고 싶었지만 억대 연봉의 회사원이 되기는 싫었다. 


대신 나는 억대 연봉의 프리랜서가 되기로 했다. 나 같은 사람은 정시에 출퇴근하는 회사원보다는 하루 종일 일거리에 시달리다가 퀭해진 눈으로 잠자리에 눕는 프리랜서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 오랜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나는 누구보다 돈을 좋아하니 돈을 벌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프리랜서가 될 것이다. 아직 정식 수입을 내기에는 멀었지만 브런치로 글을 쓰고, 인스타로 그림을 그리고, 전자책 출간을 기획하고, 투자에 관한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티끌만도 못한 수입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모두를 압도할 만한 부가 될 때까지, 나는 치열하게 일하고 글을 쓸 것이다. 


참고로 내 꿈은 워런 버핏이다.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부디 지켜봐 주시길.




이미지 출처: https://www.instiz.net/pt/2510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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