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정보들,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기본이고, 일에 열중하던 와중에도, 별 일이 없을 때도, 심심할 때도, 잠자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그 뿐인가. 기분이 좋아서, 우울해서, 불안해서, 들떠서, 허전해서 보고 일감이 들어왔을까봐,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을까봐,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연락을 했을까봐 본다. 마감을 앞두고 일에 집중하던 와중에도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진동 소리가 들리면 손이 저절로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머리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데 손가락은 자동으로 지문 인식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완연한 스마트폰 중독자의 삶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은 길지만 막상 접속하는 사이트나 어플은 한정되어 있다. 하루 종일 대여섯 개의 어플만 들락날락하는 셈이다. 어플에 새로운 소식이 뜨면 마음이 덩달아 들뜨고, 아무 소식도 없으면 덩달아 시무룩해진다. 오늘은 내가 거의 틈만 나면 들여다보다시피 하는 어플 몇 개를 소개하려 한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직접 얼굴을 보는 대신 담당자와 메일로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작업 의뢰도 거의 메일로 들어온다. 계약서 작성도, 번역 관련 문의도, 요율 관련 협상도 모두 메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메일은 내 밥벌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자 소중한 작업 도구다.
새로운 메일이 오면 위잉 하는 경쾌한 소리가 한 번 울려퍼진다. 때로는 간단한 광고 문구 번역 문의이고, 때로는 내 번역물에 대한 수정 의뢰,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번역 의뢰다. 낯섦의 정도만 다를 뿐 모두 나를 설레게 하는 메일들이다.
예전에 말했듯이 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 관련 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좋아한다. 일을 하고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담당자들과 친해지는 것도 나름대로의 묘미다. 지난번에는 반 년 정도 일한 업체 담당자에게 커피와 케이크 기프티콘을 선물하고 답례로 빙수 기프티콘을 선물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메일이 왔으면 좋겠다.
작년 8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직접 그린 만화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내게 인스타그램은 재능과 취미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나는 ‘통번역대학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통대생 공감 만화를 그리면서 많은 통대생들 및 졸업생, 예비통대생들과 팔로우를 맺고 교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주로 통대생들)이 내가 그린 만화를 좋아해주고 만화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
졸업 후에 프리랜서가 된 지금은 통대 에피소드를 그리는 대신 프리랜서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겪는 이야기들을 연재하고 있다. 특히 일이나 커피 관련된 에피소드가 인기 많다. 프리랜서라는 신분과 코로나라는 상황 때문에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관련 에피소드도 많이 올리는 편인데, 역시 일이나 돈 이야기보다는 관심이 덜하다.
인스타 새 소식은 스마트폰 상단의 인스타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새 만화를 업로드하면 초 단위로 새 소식이 뜨고, 좋아요와 동시에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하거나 댓글을 달았거나 DM을 보냈을 때는 아이콘이 두 개씩 뜨기도 한다. 아이콘이 두세 개씩 동시에 떠 있는 모습을 보면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짜릿하다(맞다, 나 관종이다.). 특히 좋아하는 인친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주면 살짝 설레기까지 한다.
인스타 관종은 인스타에서 받는 관심만으로도 모자라 브런치에까지 진출했다. 예전부터 글쓰기가 취미이자 특기이기도 했고 글을 쓰고 나면 마음 속 무언가를 배출한 듯한 개운함이 들어서 브런치에 글을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야심차게 쓴 첫 번째 글이 매몰차게 거절당했고 나는 가벼운 우울감에 빠졌다. 그 뒤 ‘될 때까지 해 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낸 두 번째 글이 심사를 통과해서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합격 메일을 받고 난 뒤 하루 종일 기뻐서 실실거렸다. 물론 인스타에도 자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특출난 글솜씨도, 독특한 경험도 없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작고 귀여운 구독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스타처럼 좋아요가 빨리 늘지 않는 것이 섭섭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무엇보다도 내가 즐거워서 열심히 글을 쓰는 중이다.
브런치 알람은 브런치 앱에 들어가면 보이는 종 모양 옆에 민트색 점으로 표시된다. 새 글을 올리고 나면 분 단위로 브런치에 접속해서 누가누가 내 글에 라이킷을 눌렀나, 누가 댓글을 달았나 지켜본다. 때떄로 구독 소식이 들려오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진다. 조금씩 구독자를 늘리고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책도 낼 수 있겠지, 하는 소박하지만 큰 꿈을 가져본다.
사실 예전에는 블로그 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 블로그는 그저 인스타에 올렸던 만화들을 재업로드하는 용도로만 쓰였고 종종 업로드마저도 까먹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도 블로그에 재업로드하고 이웃들과 교류도 하면서 나만의 개성이 담긴 블로그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블로그는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후자보다 더 오래된 만큼 아날로그 감성이 더 많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나만의 취향일 수도 있지만 카페나 음식점, 식품이나 음료 리뷰는 왠지 블로그에 업로드된 것을 봐야 제맛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블로그 앱에 들어가서 이웃들이 새로 올린 리뷰를 훑어보고 하단에 있는 하트를 꾹 누른다.
블로그에 새 소식이 있으면 블로그 앱 하단의 종 모양 옆에 빨간색 점이 뜬다. 가끔씩 지나가던 누군가가 따뜻한 댓글을 남기거나 이웃 추가 또는 서로이웃 신청을 하면 왠지 내 매력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어 으쓱해진다. 물론 내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달려와서 좋아요를 누르고 매번 꼬박꼬박 댓글을 남겨주시는 이웃분들이 내게는 가장 소중하다.
뱅크샐러드는 은행 계좌와 연동된 가계부 앱이다. 통장에 급여가 들어오거나 돈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송금을 하면 즉각 업데이트된다. 매주 소비 리포트를 알아서 작성해주기도 한다. 내가 이 앱에 자주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입금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굳이 회사에서 번역료를 지급하는 매달 말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돈을 보내오지는 않았나 싶어 계속해서 앱을 들여다본다.
뱅크샐러드에 접속하면 지잉지잉 하고 두 번 우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돈과 빠져나간 돈을 표시하는 빨간 점이 뜬다. 어느날 무심코 앱에 들어갔다가 미처 받지 못했던 감수비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물론 돈 받을 짓을 해야 돈이 들어오는 법이지만, 오늘도 나는 누군가가 돈을 보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한다.
이상으로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앱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 모두가 일을 잠시 내려놓고 쉬는 주말에는 앱들도 조용해진다(특히 뱅크샐러드). 그래서 나는 주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할 일은 없고 입금은 안 되니까. 남들은 주말이 쉬는 날이라 좋다고들 하지만 프리랜서인 나는 주말에도 일을 할 때가 많아 솔직히 딱히 좋지도 않다. 내게 있어 주말은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앱들과 잠시 이별을 고하는 외롭고도 지루한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월요일인 오늘을 축복한다. 만세!
주의: 가독성을 위해 상표는 풀 네임으로 표기하였으며, 어떤 광고의 의도도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somagnews.com/researchers-reveal-damage-smartphone-addiction-b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