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내 학원~ 내가 찾던 학원~
본격적으로 학원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겨울부터였다. 통번역대학원 입시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리는 장기간 레이스였기 때문에 신중하게 학원을 골라야 했다.
우선 ‘통대 입시’라는 키워드로 학원들을 검색한 뒤 너무 멀거나 규모가 작은 학원은 제하고 세 군데 정도를 후보로 추려냈다. 그리고 날을 잡아 학원 탐방에 나섰다. 미리 동선을 짠 뒤 같은 동네에 위치한 A, B학원을 차례로 돌았다.
A학원은 노량진 고시촌 같은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는 학생들이 발을 질질 끌며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옮겨 다녔다. 학생들의 눈도, 직원들의 눈도 텅 비어있었다. 여기는 땡.
B학원은 아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직 입시 전문 학원이라는 구색을 갖췄다고 보기에도 민망한 곳이었다. 내부를 보여달라고 하니 그런 건 왜 보려고 하느냐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안내해줬다. 소수정예라고 하더니 정말 소수만 수용이 가능할만큼 좁았다. 여기도 땡.
C학원은 두 학원과는 멀리 떨어진 데다 나중에 합격자들을 초청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해서 그 날 가기로 했다.
두 곳에서 허탕을 친 뒤 이미 어두워진 거리를 지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위잉 하고 울었다. 낯선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받자 낮고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C학원의 선생님이었다. C학원 홈페이지에 상담받고 싶다는 글과 함께 연락처를 남겼는데 그것을 보고 전화하신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현재 내 중국어 수준과 목표하는 대학원, 중국 체류 경험 등을 물으신 뒤 학원의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는 성실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리며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다.
사실 나는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선생님께 열심히 배우고, 학원에서 밤을 새우고, 합격의 영광을 거머쥐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이 학원이다. 학원은 반드시 가 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추운 날씨에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느라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으로 올라탄 좌석버스 뒷좌석. 때마침 울려 온 전화.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핫초코보다 따뜻한 목소리. 어둑어둑한 밤거리와 길가에 켜진 가로등. 이 모든 것들이 인상적인 풍경처럼 내 가슴에 쿡 박혔다. 학원 하나 찾는 일 치고는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한 것 같지만 아무튼 그랬다.
C학원(정확히 말하자면 선생님께)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나는 두말 않고 학원의 통대 입시 과정에서 가장 레벨이 낮은 반을 등록했다. 다행히 실제로 가 본 학원은 시설이 괜찮았고 분위기도 나름대로 쾌활했다. 나는 이 학원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훗날 이상한 방식으로 깨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