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받아본 코로나 검사, 그 결과는?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온 오후 2시부터 잠들기 전인 오후 11시까지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뒤적거리거나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건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어떨 때는 ‘그래, 확진돼도 그까짓 것 휴가간 셈 치지, 이 참에 못 읽은 책 다 읽어버리자!’ 하며 호기로운 마음을 먹다가, 어떨 때는 ‘확진되면 최소 한 달은 일도 못 할 텐데… 그럼 꼼짝없이 잘리겠지?’ 하며 생계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냥 빨리 검사 결과가 나와버려서 속이 시원해졌으면 싶으면서도 검사 결과가 알고 싶지 않은 모순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유튜브로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도저히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일어나기로 예정한 시각보다 한 시간 반이나 더 늦잠을 자버렸다. 일어나서 씻고 회사에 확진자 접촉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리고, 코로나 소동 때문에 미처 번역하지 못한 웹툰을 번역하고 번역이 늦어진 소식도 담당자에게 알려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자신과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아침을 먹었다. 엄마는 하루아침에 내 얼굴이 홀쭉해졌다며(그럴 리 없지만), 걱정 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어제보다 더 떨렸다. 보통 검사 결과는 다음날 아침에 나온다니 오늘 오전 9시 전후에는 나오지 않을까? 진짜 확진이면 어떡하지?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애쓰며 밥을 먹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누군가 내 생계를 책임져주지는 않으므로 밀린 일을 해야 했다. 원래 일요일까지 보내기로 한 웹툰 번역을 부랴부랴 시작해서 어찌저찌 끝냈다. 번역하는 동안은 잠시나마 나를 덮친 현실의 무게를 잊을 수 있었다. 번역을 끝내고 결과물을 발송하고 난 뒤에는 회사 팀 리더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결과가 나오는 날인 오늘이나 내일까지는 집에서 대기해야겠다고 전했다. 리더는 회사 일은 걱정 말고 쉬고 계시라고 했다. 알았다고, 감사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인사팀 직원의 출근 시간인 열 시까지 기다렸다가 인사팀에도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그런데,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 순간 손에 가벼운 진동이 전해졌다.
서초구 보건소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결과를 확인했다.
‘xxx님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안내드립니다. 앞으로도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 수칙 준수 부탁드립니다.’
큰 소리로 외치며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아침부터 냉동실이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엄마는 한달음에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셨다. 음성일 줄은 알았지만 너무 고생 많았다며 나를 꼭 안고 놓지 않으셨다. 꽉 조여서 당장이라도 펑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느슨하게 풀어지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방 안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던 동생도 소리를 들었는지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공부하러 대전에 내려가 있는 남동생과 영등포에서 늘 우리 가족을 염려하고 계신 할머니에게 온가족 확진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 살았다! 나는 부활 기념으로 냉장고에 있던 밀키스를 꿀꺽꿀꺽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