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뜯기를 멈추자
영 좋지 못한 버릇이 하나 있다.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나 자신과 비교를 시작하는 버릇.
저 사람은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끼니도 건강하게 잘 챙겨 먹잖아. 그에 비해 넌 뭐냐.
출근 전에 일찍 일어나서 뭔가 해보려고 마음먹어도 막상 알람이 울리면 황급하게 끄기 바쁘고,
퇴근 후에는 방전된 채로 침대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계속 들여다보고 있잖아.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오늘은 기필코 알차게 보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결국 늘어난 유휴시간만큼 휴대폰을 더 들여다보는 뻔한 결말로 끝을 맺지.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 책 읽고 글 쓰고 만화 그릴래? 변하겠다며. 내일부터는 안 그러겠다며.
휴대폰 좀 그만 봐! 거북목 되고 시력도 나빠지고 머리도 지끈거리잖아! 영양가도 없는 잡동사니들을 왜 토익 공부하듯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거냐.
너 사실은 지금이 꽤나 살만한 거 아냐? 그러니까 매번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간절하게 변하고 싶은 사람은 안 이러지.
간추려서 쓰긴 했지만,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강도 높고 장황한 비난의 말들이 내 머릿속을 넘실넘실 가득 채운다.
이쯤 되면 내게 롤모델이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비교와 비난과 멸시로 나 자신을 깊은 수렁까지 몰아넣을 좋은 계기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닐까.
롤모델을 핑계로 나는 마음껏 자기 학대와 자기 혐오를 한다. 이미 상처난 곳의 딱지를 뜯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딱지는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내버려 둬야지. 매번 다짐하면서도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당장 편리한 자기 혐오를 택한다.
하지만 이 글은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쓰는 글.
오늘도 시시각각 딱지를 잡아뜯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겠지만, 열에 아홉은 실패로 돌아갈 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다짐을 한다.
딱지 뜯기 금지. 롤모델은 긍정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것. Love yourself(우웩)
…어쨌든 오늘의 다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