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최고의 수익률 보장합니다
코인을 샀다. 주로 뉴스에 등장하는 비트코인 말고, 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름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들의 총칭)을 샀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고민했다. 괜히 샀다가 떨어져서 멀쩡한 돈 날리는 것 아니야? 그냥 적금에 넣을까? 하지만 적금에 넣은 금액에 비해 매우 귀여운 수준의 이자가 입금되는 바람에 되려 허무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터라 굳이 다시 적금에 돈을 넣기는 꺼려졌다. 그렇다면 리스크가 좀 따르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누릴 가능성이 있는 투자를 시도해 봐야겠군. 좋아, 코인으로 간다(?)
그런 생각으로 이전에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남은 돈을 모조리(그래봤자 얼마 안 되긴 하지만) 요즘 눈에 띄던 모 코인에 때려넣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른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거래소 어플을 켜 보니 이게 웬일? 수익률 100%가 찍혀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 원금이 두 배가 된 것이다. 반쯤 감긴 눈이 번쩍 떠지고 피가 빨리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속으로 고민한다. 익절해야 하나, 아니면 좀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 때,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다. 모처럼 부자가 되려는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고개를 휙 돌려 소리의 출처를 째려보는데, 휴대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화면에는 ‘오전 6시’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뒤 조금 머쓱해졌다. 어제 자기 전 모 알트코인을 산 것까지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코인 투자를 쉬고 있다가 오랜만에 사본 건데, 어차피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고 공부 목적으로 산 것이니 올라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믿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일확천금을 향한 마그마 같은 욕망이 불타고 있었던 게 확실하다. 간밤에 꾼 꿈이 그 증거다. 아무도 내 꿈을 보지는 못했지만, 남몰래 간직하던 욕망을 꿈에게 들킨 것만 같아 괜히 머쓱하고 민망했다. 에라이, 밥이나 먹자.
마침 냉장고에 유부초밥 키트가 남아있어서 오늘 아침은 그걸 먹기로 한다. 냉동실에 소분해둔 밥을 세 덩이 꺼낸다. 두 덩이만 꺼낼까 잠깐 고민했지만, 유부초밥 키트 겉면에 3~4인분이라고 적혀 있어서 밥을 넉넉히 준비한다. 아무래도 유부가 남는 것보다는 밥이 남는 쪽이 덜 뻘쭘하니까. 냉동밥을 해동한 뒤 스테인리스 볼에 담고 밥을 양념하는 단촛물과 밥친구(이건 도저히 정식 명칭을 모르곘다. 어릴 때 밥 먹기 싫을 때마다 밥에 뿌려먹던 건데, 김자반과 통깨 등이 섞여있어 바삭고소하다)를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밥이 고르게 양념됐는지 확인차 조금 집어먹어 본다. 음, 맛이 좋군. 역시 대기업의 손맛.
다음은 유부초밥을 초밥답게 만들어줄 차례. 유부의 물기를 살짝 짠 다음 찢어지지 않도록 살살 벌린 뒤 양념된 밥을 적당량 채워넣는다. 이떄 ‘적당량’을 맞추는 것이 몹시 중요한데, 너무 적게 넣으면 바람 빠진 풍선마냥 볼품없는 모양새가 되는 데다 유부가 밥을 꽉 잡아주지 못해 밥알이 통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많이 넣으면 유부가 우스꽝스럽게 부풀어오르고, 급기야는 여기저기 쩢어져 밥알이 새기도 한다. 이러나 저러나 밥 양을 잘못 맞추면 밥알이 대탈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부의 모양을 보면서 눈치껏 밥 양을 조절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적당량을 넣으려 했지만 유부 눈치 보기에 실패한 몇몇 작품들이 탄생한다. 바람 빠진 유부초밥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유부초밥, 그리고 적당한 크기에 표면이 매끈한 아름다운 유부초밥이 접시 위에 사이좋게 차곡차곡 올려진다. 체크무늬 식탁보를 깔고 유부초밥 접시를 정갈하게 올린 뒤 샐러드와 계란후라이, 진미채볶음까지 곁들이면 깨져버린 일확천금의 꿈을 달래줄 아침 식탁 완성. 새콤고소한 유부초밥과 매콤달콤한 진미채를 함께 씹으며 생각했다. 들인 품(투자 비용)에 비해 확실히 좋은 맛(수익률)이 나다니, 이거야말로 최고의 투자처 아닌가. 궁극의 수익률은 다름아닌 냉장고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들 주식이나 코인 하지 말고 유부초밥을 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