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어서 와, 통대 면접은 처음이지?

숨막히는 2차 시험 준비, 그리고 시험 당일

by 구선생

1차 시험 합격의 기쁨도 잠시, 2주 뒤에 있을 2차 시험을 준비하느라 학원 전체가 분주해졌다. 1차 시험이 오로지 필기로만 진행되는 시험이었다면, 2차시험은 오로지 면접으로만 진행되는 구술시험이었다. 2차 시험은 보통 통대 교수님 세 분 앞에서 시역과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역이란 눈 앞에 있는 텍스트를 보면서 입으로 소리내어 통역을 하는 것이다. 소리내어 하는 직독직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업시간에 해도 떨리는 시역을 처음 보는 교수님들 앞에서 하라니,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왔다.


시간은 흘러흘러 2차 시험 전날 저녁이 되었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은 학원이 문을 닫을 시간인 10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학원에 남은 사람은 나와 같은 반 언니, 그리고 선생님 뿐이었다. 나와 언니는 면접에 나올 법한 자료들로 시역을 하며 공부를 마무리하고 있었고 선생님은 우리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주신 자료를 시역하고 단어를 정리하며 공부를 끝냈다. 시험 전날인데도 불구하고 시역이 잘 되지 않아 점점 불안해졌고, 내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시험 당일,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학교에 도착했다. 대기 장소인 강당에 들어서자 면접 복장을 한 수많은 학생들이 책을 태워버릴 듯한 눈빛으로 자료를 뒤적거리며 입으로는 각자의 언어를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이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은근히 주눅이 들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우리 학원 사람들이 앉은 곳을 찾은 뒤 같은 반 언니 옆자리에 착석했다.


자리에 앉자 앞뒤와 양옆에 앉은 사람들이 저마다 간식을 건넸다. 내 자리는 귤과 초코바, 그리고 무지개색 롤케이크로 화려해졌다. 무지개색 롤케이크를 가져온 천사같은 학생은 주위 사람들에게 케이크를 나누어주며 먹으라고 권했지만, 다들 긴장한 탓인지 케이크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평소에 케이크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조차도 눈 앞의 케이크가 돌덩어리로 보였다. 전혀 식욕이 돌지 않았다.


내 수험번호는 72번으로, 오전팀 뒷번호에 속했다. 1인당 면접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에 금방 내 차례가 올 줄 알았지만 내 이름은 좀처럼 불리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기다리다 보니 팽팽한 긴장감이 어느새 흐물흐물한 권태로 바뀌어있었다. 면접 결과야 아무래도 좋으니 얼른 이 답답한 곳을 나가고 싶었다. 불편한 구두를 벗어놓은 채 자료를 보는둥 마는둥하고 있을 때, 내 앞번호 학생이 불려나갔다.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다리는 모터를 단 듯 덜덜 떨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내 수험번호가 불렸다.



“한중과 72번, 아래층으로 내려가세요.”



나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쳐메고 자리에 남아있던 학원 동기들과 인사를 한 뒤 면접장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회색 복도에 문 여러 개가 있었고, 문 앞마다 진행 담당 재학생과 수험생이 한 명씩 있었다. 내 앞의 수험생이 면접장 안으로 불려들어가자 내 몸은 한층 더 뻣뻣하게 굳었다.


내 긴장이 전해졌는지 ‘진행담당’이라고 써 있는 목걸이를 건 재학생이 말을 걸었다. 차분하고 성실한 인상의 재학생은 내가 잘 해낼 것 같다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고맙고 부러웠다. 나도 얼른 저 재학생처럼 합격해서 학교 생활을 해야지. 속으로 다짐했다. 재학생과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긴장과 어색함이 뒤섞인 공기가 복도를 채울 무렵, 앞번호 수험생이 면접장을 나왔다. 이제 들어가볼 시간이었다.


나는 재학생과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한 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면접장 문을 열었다.




이미지 출처 :https://springtoday90.tistory.com/m/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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