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무얼 쓸까나~ 메모장을 뒤적거려 본다. 주로 글을 쓸 의지가 넘쳐나는 때는 평일이고 그건 아마도 할 일이 많은 만큼 또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리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왠지 주말에 돌입하면 오롯이 내게 집중하느라 갑자기 글 쓸 의욕이 꺾이고 만다. 그렇다고 또 주말 내내 붙잡고 있기엔 안 한 일을 안 한 상태로 둔 채 견딜 수 없는 내 성격이 참지 못한다. 뭐라도 쓰긴 써야 하니까… 하며 메모장을 뒤적거리게 된다. 몇 년째 차곡 쌓아온 어떤 글감이나 메모에서 시작해 보고자… 그러다 무려 2018년 글까지 거슬러 갔다.
짧은 문단의 메모였는데 왠지 마음이 몽글 따뜻해지는 메모가 있다. 지금은 남편으로도 불리는 애인과 반동거를 할 시기였다.
진규는 웃을 때 눈이 휘기도 하지만 눈 가에 주름이 그렇게 예쁘게 진다. 세 겹, 네 겹, 셀 수 없는 짧은 시간 동안 깜빡 거리며 정말로 예쁜 눈주름이 순식간에 세 겹, 네 겹. 진다. 보기 좋게 반달로 휘는 눈과 그 옆의 주름들이 선해보인다.
진규는 재미난 일을 이야기할 때 입모양이 웃기다. 오른쪽 입술이 한껏 위로 치켜져 올라간다. 특히 남의 웃긴 이야기나 어이없는 이야기를 할 때 더욱 그렇다. 오른쪽 입꼬리가 씰룩씰룩. 평소에 그저 평소에 웃을 때 나오는 하트 입모양과 다르다. 오른쪽 입꼬리 끝만 위로 씰룩씰룩. 어떻게 왼쪽 입꼬리는 그 자리에 있다니.
진규는 내 코가 너무 작아 귀엽다고 했다.
진규가 가고 나면 내 침대에 남아 있는 냄새를 킁킁 댄다. 좋은 냄새 사랑하는 냄새.
내가 이 길이 좋다고 약간 돌아가도 버스 내려서 집까지 가는 이 길이 좋다고 하니 늘 그쪽으로 함께 다닌다. 집에 갈 때도, 집에서 밖으로 갈 때도.
휴지들을 놓는 넓은 공간에 손이 닿지 않아 늘 끙끙 거린다. 그러자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오니 모든 휴지가 앞쪽으로 당겨져 있다. 말도 없이, 내가 휴지 꺼내기 편하게 앞으로 다 꺼내줬다.
의외로 인생에서 행복한 기억은 대단한 것들을 이룬 순간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느낄 때인 것처럼, 상대에게 깊은 사랑을 느낄 때도 대단하게 감동적인 순간이 아니라 이런 일상의 사랑을 느낄 때인가 보다.
2018년 2월 겨울의 나는 상대의 사랑에 깊이 빠져 있었고 그런 그가 여전히 내 옆에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젠 가족으로 남아 주어 감사하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보며 눈주름이 몇 겹 휘어질 정도로 웃고, 웃긴 이야기를 하느라 입을 씰룩 거린다. 자주 그의 뒷목이나 귀 뒤 같은 곳에서 나만 맡을 수 있는 은밀한 냄새를 맡는다. 여전히 그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