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찾아가셔요
애인과 친구와 함께 집 앞 선유도 공원을 산책하다 잠깐 벤치에 앉았는데 뭔가 보인다. 시커먼 게 비 온 뒤 물이 고였나 했더니 휴대폰이었다. 누가 잠깐 앉았다가 떨어트리고 갔나 보다.
당연히 잠금이 된 상태라 긴급 전화 의료정보로 들어가니 휴대폰 주인의 이름과 연락 가능한 가까운 사람들 연락처가 주르륵 떴다. 친한 친구와 어머니를 통해 휴대폰 주인과 함께 있는 여자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합정인데 곧 갈 테니 관리실에 휴대폰을 맡겨 달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관리실은 문을 닫았고, 그냥 두고 갈까도 했으나 휴대폰이 있던 곳이 어둡고 구석에다, 반경이 넓어 잘 찾을 수 있을까 염려됐다.
가까운 합정이라 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나 전화가 올까 봐 아이폰을 계속 살펴본다. 아이폰이 이렇게 납작했나. 아이폰 몇이지. 내 폰은 카드 케이스를 써서 그런가. 뒷면을 보니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그려진 종이가 꽂혀 있다. 아마도 페이스갤러리 티켓인 거 같다. 마침 다음 주에 가려고 했는데. 괜히 반갑다. 가만 보니 잠금 화면도 이우환 작가의 다른 작품이다. 이우환 작가를 좋아하나 보다.
그들은 곧 도착했고 휴대폰을 넘긴 우리를 보며 황급히 지갑에서 뭔가를 찾았다. “급하게 오느라 제가 지금 현금이 2만 원 밖에 없어요”. 우리는 됐다며 강하게 손사래를 치고서 혹시나 더 이야기할까 싶어 바로 돌아서 단호한 뒷모습을 보여주며 자리를 떠났다.
집에 오는 길에 애인은 우리 같이 좋은 사람 만나 저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농담을 쳤다. 나는 이렇게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 우리도 좋은 일을 겪지 않겠냐고 웃었다. 애인은 이런 불순한(!) 생각이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 웃었다. 음, 그러면 이건 어떨까.
얼마 전 나 역시 택시에 두고 온 휴대폰을 쿨하고 정직한 택시 기사님과 양심 있는 다음 승객과 또 다른 다정한 택시 기사님 덕분에 박카스 한 병으로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오늘 우리의 선택으로 휴대폰을 찾은 운 좋은 그도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오늘의 운을 비슷한 방식으로 나눠주면 좋겠다.
가끔은 아무 대가 없이 기꺼이 친절을 베풀 수 있다. 내가 받은 친절을 기억하고 언젠가 주변에 그 친절을 비슷한 방법으로 나눈다. 그럼 그 친절을 받은 다른 사람도 또 비슷하게 나누고. 그럼 잠시라도, 잠깐이라도 누군가에겐 살 만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