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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Feb 27. 2020

코로나19 검사 후 자가격리 1일째

생각보다 두려움이 생긴다..!

원래 2월 14일은 부모님과 함께 태어나 첫 가족 해외 여행으로 대만엘 가는 계획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으로 점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부모님이 우려를 하셨고, 이 부분에서만큼은 젊은 나보다 비교적 고연령층인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비행기표 100%를 그냥 날리면서 취소했다.


아버지는 여권도 만드시며 설레하셨을 텐데 여러모로 속상해 하실 부모님 곁에 있기 위해 잘 가지도 않는 대구를 하필, 그때, 그 시기에!!!! 갔던 거다. 14일부터 17일까지 부모님과 다정하게 동네에서 외식도 하고 아빠랑 술 한 잔도 하고 친구랑 동네 카페도 가고 치과도 가고 피부과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아빠 환갑 선물도 함께 쇼핑하며 사고 그렇게 뿌듯하게 올라왔더니 며칠 뒤 31번 환자가 등장했다.


대구 다녀온 지 하루인가 이틀 정도 된 날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회사에선 묻지 않았지만 먼저 회사내 건강관리센터에 가 보건 선생님께 말씀 드렸다. 이것저것 물으셨고 2주간 매일 마스크를 사무실 내에서도 착용하고 매일 발열 체크를 하러 방문하라고 하셨다. 물론 서울에서 발생했을 때부터 남 일이 아니긴 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구의 확진자 수를 보면서 찐 두려워졌다. 그와중에 정말 다행인 건 나는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마스크를 거의 매일 쓰고 다녔고 그래서 당시 청정 구역이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던 대구에서도 마스크를 꼬박 꼬박 끼고 다녔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돼 매일매일 전화를 했다. 또 그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건 사건의 중심지인 대구 교회와 우리집, 그리고 나의 활동 범위는 매우 멀었으므로 확진자와 동선은 겹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내가 방문한 치과와 피부과에 증상자가 있지는 않은지, 친구들은 괜찮은지 거의 매일 같이 확인해야만 했다. 한 명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줄줄이 소세지니까ㅠㅠ


일단 출근은 해야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스크를 종일 끼고 다니고 손을 열심히 씻고 손 소독제를 눈에 보이면 바르는 거였다. 뭔가 대구를 갔다 왔으니 뭔가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그만큼 확진자가 발생했어도 서울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339에 전화를 하지는 않으니까..ㅠ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주말이 왔다.


대구가 그 난리가 난 이후부터 내 몸에 점점 더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크게 다를 것 없이 보냈는데, 주말을 다 끝내고 출근하기 위해 침대에 몸을 뉘였는데 기침이 한 번 나왔다. 목이 간질간질해 그냥 한 두 번 정도 했는데 덜컥 두려워졌다. 열은 없었다. 보통 잠복기가 평균 4.1일이라고 하니, 일주일이나 지나 설마했지만 일단은 외출이나 접촉을 최소화 해야만 될 거 같았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 열을 쟀더니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36도로 열은 없었다. 마스크도 열심히 끼고 다녔다. 그런데 밤부터 기침이 조금씩 또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오래 끼고 있어서 그런가 했지만 확실히 일요일 밤보다는 기침이 잦아졌다. 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건강관리센터에 보고했고 재택 근무를 권고 받았다.


그리하여 27일 수요일, 우선 재택 근무로 보고하며 일을 하는데 걱정이 되시는지 회사 여러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막 발열이 있거나 기침이 미친듯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필 이 시국에 이러해서 그런지 보건 선생님이 1339로 전화를 해보라고 하셨다. 오히려 아닌데 가서 옮을 수도 있으니 꼭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현재 대구 상황은 너무나 급박해 격리 병실이 부족하고 1339든 보건소든 전화가 불통이라는 기사를 하도 많이 봐 걱정 했지만 오전 9시에 1339로 바로 연결 됐다.


1339 상담원 분(상담원인지 의료진인지 정확히 누구신지는 잘 모름..)에게 대구에 다녀온 사실과 회사에서 일주일 째 발열 체크를 받고 있다는 점, 이제까지 열은 없었고 월요일 밤부터 기침이 조금씩 간헐적으로 나온다는 것 등을 말씀 드렸고 상담원 분은 간단히 인적 사항을 물으셨다. 일단은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대구에 방문했던 만큼 보건소의 선별 진료소에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물론 선별 진료소이기 때문에 방문했다고 해서 무조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의료진의 진료 후 판단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바로 올 수 있냐고 하셔서 마스크를 끼고 택시를 탔고 카택 자동 결제로 처리해 기사님과의 접촉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했다.


친절하신 상담원 분 덕분에 바로 보건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선별 진료실로 안내 받았다. 들어가기 전 손 소독제로 손을 닦고 에탄올을 손에 뿌려 또 닦고 위생 장갑을 끼고 온 몸에 에탄올 뿌려 옷도 소독하고 그렇게 들어갔다. 의사 분이 간단히 대구 방문 여부와 증상을 물어보신 다음 청진기로 진찰 후 검사를 진행하자고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약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ㅎ;;; 선별 진료소인데 이 정도 증상으로 검사를 하겠나 약간 반신반의 했기 때문에 오히려 웃으며 돌려보내실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옆 천막의 검사실로 들어가게 됐다. 1339에서는 검사하면 대기 시간이 길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모든 게 바로바로 이뤄졌다. 앉자마자 담당 의료진이 들어오셔서 열을 쟀는데 지난 일주일과 달리 37도가 나왔다.. 완전 깜짝 놀란 내가 선생님 저 열나요?!!!!!!!라고 여쭤보자 "이 정도는 누구나 평소에 날 수도 있고 선생님보다 고열이신 분들 중에 음성이신 분들도 있어요"라고 안심을 시키려 노력하셨다ㅠㅠ


최근에 팀에서 대구에 파견, 지원 간 의료진 분들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는데 인터뷰이 컨택이 너무 어려워 혹~시나 싶어서 명함을 잔뜩 지갑에 넣고 갔지만, 사실 선별 진료실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의료진 분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깨끗하게 접었다. 한눈에 봐도 답답해보이는 방호복에 마스크에 머리까지 무언가를 꼭꼭 써 정말 눈만 보이는데 너무나 지치고 고되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본인의 일을 수행하려고 불친절하지 않으려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접었다. 사전 취재를 하면서 이들은 거의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답답한 방호복 안에서 땀에 젖어가며 쉼 없이 환자들을 보고 확진자들과 접촉하고 있단 걸 들었다. 선한 마음, 또는 사명 의식, 뭐 개인마다 다를 이유로 지원을 온 이들과 그 자리를 또 메우느라 곳곳에서 바쁘게 정신없이 뛰고 있는 다른 의료진들도 있다. 모두가 고되다. 모두가 많이는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었고 그게 차곡 차곡 여러 곳에서 쌓여 이렇게 많은 검사가 빨리 이뤄지고 확진자를 빠르게 격리할 수 있나보다. 1339 상담부터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 과정까지 사실 한국이기에 이렇게 빠르게 또 친절하게 처리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뭐 단순히 국뽕의 마인드는 아니고 그 뒤엔 평소에 수 천 건, 수 만 건의 전화 응대를 친절히 해내야만 하는 사회라는 배경도 있는 거고 아무튼 간에 이 사태엔 그런 빨리 빨리와 친절, 해내는 마인드 이런 게 굉장히 긍정적으로 발휘되고 있는듯 했다.


아무튼 코로나19 검사는 콧구멍으로 긴 막대를 넣어 긁고 입 안에도 막대를 넣어 뭔가를 채취했다. 그리고 투명한 통을 주는데 가슴 깊이부터 기침을 해 나오는 가래와 침을 그 통에 담았다. 요즘 검사 자체는 6시간이면 결과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의료진이 검사가 너무 많이 밀려 있어 2~3일은 걸릴 거라고 말씀하셨다. 검사 후 데톨 비누와 손 세정제가 든 쇼핑백을 건네 받았다.


그래서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며칠 전 남자친구가 편의점에서 1+1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하나 재고가 없어서 다음에 영수증을 갖고 오면 무료로 준다고 한 그 영수증이 내 지갑에 있었지만, 편의점이 우리집 가는 길에 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이 너무너무 갑자기 땡겼지만 꾹꾹 참으며 집으로 갔다. 말이 자가격리지 집에서도 재택 근무로 일을 했다. 근데 점점 기침이 잦아지고 저녁이 되니 아까 검사 때문에 기침을 부러 캑캑 여러 번 해서 그런지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검사 받고 온 직후에야 에이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아닐 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참 일을 하다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온 이후부터 동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7일부터 내가 방문한 곳과 내가 접촉한 사람들, 그리고 기침 자각 증세가 있었던 일요일 밤 이후부터 동선을 카드 내역까지 뒤져가며 정확히 적어봤고 가까이서 밀접 접촉한 사람들 리스트를 정리했다. 월요일부터는 요가도 가지 않고 약속도 없고 사실상 회사 외에는 외출을 하지 않았고 월, 화 오전에 들른 파바와 스벅에서도 뒤적거리거나 뭘 만지거나 하지 않고 포장된 빵 하나, 커피 잔만 딱 들고 나왔다. 나름 조심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마스크를 회사에서 내내 쓰고 있었어도 밥을 같이 먹었던 동료들과 가까이 마주보고 앉아 미팅을 했던 분들이 있었다. 화요일이 대구에 다녀온 지 8일 째 되는 날이었다.


신천지도 아니고 대구에서 신천지 관련자와 접촉한 적도 없고 동선도 아예 겹치지 않고 대구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아닌데다 8일 째에 기침을 하니 음성이 아닐까..? 주변 사람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아닐 거야, 이참에 집에서 쉬어 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혹시나 양성이 나올 경우 진짜 어쩌면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걸린 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확진자 동선을 보며 모텔이 어쩌구 저쩌구 비웃고 세세한 거 하나하나 잡아 놀리고 힐난하고 그런 분위기를 보면서 진짜 스스로 검사 받는 거나 밝히는 거나 여러모로 힘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동선과 접촉 리스트 정리하면서도 사람들이 이 동선을 보면 어떻게 비웃고 희화화하고 공격하고 비난할까 두려워졌다.


아무튼 검사는 오늘 했고 보통 늦게 나온다고 해도 당일에 결과 공유해준다고 해서 혹시나 하며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데 오늘이 지나가버렸다. 밤이 되니 목도 좀 아프고 기침도 심해지진 않지만 잦아들지도 않으니 괜히 또 걱정 되고 무서워진다. 갑자기 막 인터넷에 폐가 어떻게 되는지 찾아보고 무증상도 찾아보고 열은 없는데 막 이미 폐가 굳어 가는 거ㅎ 아니냐며 이상한 생각도 잠깐씩 들고 지금 약~간 호흡이 평소보단 좀 무거운데 갑자기 자다가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호흡이 안 돼서 혼자 쓰러지면 어떡하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재택 근무라고 눈꼽도 안 떼고 머리에서도 냄새도 나는데 이러다 양성이라고 갑자기 이송되면 너무 처참할 거 같아서 갑자기 밤에 머리도 감고 샤워를 했다;;; 향기 내고 싶어서 러쉬로 씻었다..ㅎ 그랬는데 자정까지 연락이 없어 우선 내일 또 기다려 봐야 한다. 내일 눈 뜨면 그 순간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또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겠지.. 진짜 양성이라고 연락 올 경우 어떻게 해야 될지도 계속 시뮬레이션 돌리는데 진짜 답이 안 나온다. 그냥 제발 음성이었으면 좋겠다. 착하게 살게요.. 제 삶을 소중하게 열심히 잘 돌보며 살게요ㅠ.. 요즘 노력해서 면역력도 좋아졌잖아요.. 요즘 감기도 잘 안 걸리고 매년 걸린 독감도 안 걸리는데 이번에도 좀 봐주세요. 유산균도 열심히 먹잖아요~~!!!~!~!~!


+재택 근무는 진짜 일과 휴식이 분리가 안 돼서 힘들다. 나도 모르게 자꾸 밥 먹으면서도 일하고 6시 이후에도 일하게 된다;;;

+제대로 된 업무 의자 아니고 쇼파에서 해서 허리 조낸 아픔;;ㅠ

+대면 보고 할 것을 여러 군데 연락 돌려야 하니 정말 귀찮다.. 빨리 음성 뜨고 회사 가고 싶다ㅠㅠㅠㅠㅠ


추가

자가격리 이틀  오전 일하다 보건소에서 전화 받았다. 음성이고 그래도 마스크는  착용하라고 . 회사 출근해도 되냐고 하니 된다고 하심!

쬐매난 랩탑에 머리 쳐박고 일하니 진짜 거북이 돼서 물로 돌아갈  같았는데 다행이다.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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