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거리감 사이
최근에 남편이 교정을 시작했다. 이로써 부부가 나란히 교정인이 되었다. 드디어 우리 사이에도 공통점이 생긴 것인가! 마주 보고 앉아 라면 한 사발씩 때리며 브래킷에 뭐가 낀 상대의 모습이 전혀 충격적이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우리가 진정한 부부의 반열에 오른 것 같다고 생각했고 동지애가 샘솟았다. 그러나 곧 일그러진 남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20여 년 전 교정을 했음에도 인정사정없이 틀어져버린 앞니가 썩기까지 해 남편은 처음부터 다시 전체교정치료를 시작했다. 통증도 통증인데 앞니는부터 어금니까지 몽땅 들리는 바람에 이 전체 교합이 안 맞아 음식을 끊어 씹을 수가 없다고 한다. 부분교정 7개월 차, 처음부터 아프지도 않고 못 씹는 것도 없는 나는 그의 안쓰러운 얼굴을 보며 육개장 한 사발을 원샷했다.
공감 실패 1836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