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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Aug 01. 2019

침묵으로의 초대

시시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는 늘 한국을 떠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나고 자란 땅에서는 온전히 속할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는 가족들과 가치관이나 성격이 안 맞아서 ‘별종’이란 소리를 들었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찾을 수 없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 지였다. 겉으로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어도 진심으로 즐 거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늘 보이지 않는 경계선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었다. 평범 한 삶은 아니지만 완전히 다른 삶도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외국에만 가면 마음 둘 곳을 찾을 거라고 막연한 꿈을 꾸며 살았다. 그러다 운 좋게 원하던 나라에서 살 기회가 찾아왔다. 내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 뒤 12년,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을 일본, 영국,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있을 자리는 끝내 찾지 못한 채 한국에 돌아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의 평온을 찾은 건 그렇게 싫어했던 한국에서다. 우연히 지금의 명상원과 인연을 맺고나서부터.


상으로 인생이 180도 확 달라지진 않았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도 않았고, 갖고 있던 병이 저절로 나은 것도 아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울메이트와 만나지도 못했다. 온몸을 적시며 극도로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는 하얀 빛도 못 봤고, 하루하루 꽃길만 걸으며 살고 있지도 않다. 


나는 여전히 짜증이 나고 화도 난다. 일상에는 항상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번갈아 일어난다. 변화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는 거다. 예전처럼 상황이나 사람 때문에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일이 일어나도 집착하지 않게 되고, 나쁜 일이 일어나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시시하고 지겹게만 느껴졌던 일상을 ‘지금 이 순간’으로만 단순하게 여기며 살게 됐다. 더 이상 내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집착을 놓는 일이 조금씩 수월해진다. ‘~해야만 한다’고 스스로 옥죄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니 슬그머니 그 자리에 평온이 찾아왔다. 


“나는 현실을 더 분명히 보기 위해 위파사나 명상을 합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요.”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 지》를 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는 <인디아 투데이>가 주관하는 ‘콘클라베 2018’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의견에 공감한다. 

수많은 생각과 판단이란 필터를 걷어내고 바라보면 현실은 정말 심플해진다.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다. 일어난 사실 그 자체만 남는다. 그럴 때 마음의 갈등과 고민은 들어설 자리를 잃는다. 마음이 만들어내는 매일의 드라마가 줄어든다. 일상은 그렇게 단순해지고, 삶은 가벼워진다.  



 글은 명상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명상을 통한 성공 이야기도 아니다. 명상을 통해 소원을 이룬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꾸는 미래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왔던 사람이 명상을 하면서 ‘지금 여기’에서도 괜찮게 사는 법을 배워가는 내면의 과정을 오롯이 담을 예정이다.  


깊은 침묵을 통해 나를 겹겹이 둘러싼 생각과 감정에서 해방되어 마음을 조금 더 자유롭게 사용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글이다. 이 글이 가벼운 삶을 살고싶은 독자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송혜주 지음 

- '프롤로그 |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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