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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Nov 02. 2020

마음의 작은 허들 하나 넘기 I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제대로 하려다 자꾸 포기하지 않고 지금 시작하여 밀고나가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너저분하게 남기고 싶지 않아!

명상을 시작하기 전, 나는 '나'라는 것에 대한 관념이 유난히 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변의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알면 견딜 수 없었고(왜? 나만 좋아하고 싶으니까)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 일로 다른 누군가가 칭찬을 받거나 하면 질투로 며칠은 마음이 부들거렸다.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겨 그 기간이 한 달이 되어가면 이메일과 핸드폰 등에 저장되어 있던 그 사람의 연락처와 이메일 등을 과감히 지워버렸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의 연락처가 '내 것'에 남겨져있는 게 마치 오물이 묻은 듯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일적으로도 다를 게 없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혼자 일을 시작한 이후, 큰 포부와 함께 시작했다 몇 달도 못 가 접은 일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로고만 만들어둔 것만 해도 수십개가 넘는다. 변덕이 심해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이 수시로 바껴서도 그랬지만, 시작했다 이런저런 일로 하루, 이틀 이렇게 일을 안 하다 보면 다시 그 일을 쳐다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 일은 매일매일 성실하게 하지 못한,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만들어두었던 로고들


한동안 일을 쉬었다. 

작년 12월부터 얼굴이 살짝 붓고 양입술 끝이 갈라진다 했지만 별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었다. 그런데, 2월 중순부터 눈가가 엄청나게 붓기 시작했고 더불어 두터운 각질로 눈두덩이가 뒤덮이기 시작했다. 동네 피부과를 갔는데 원인을 모른단다. 약을 먹고 바르면 조금 나아지는듯 싶지만 며칠 지나 다시 증상이 일어났다. 동네 피부과 몇 군데를 가봐도 원인도 모르고 약도 듣지 않았다. 유독 눈가만 부으니 혹시나 해서 안과까지 갔는데, 눈안의 문제도 아닌데 왜 안과를 찾아왔냐고 핀잔만 들었다.(누군 가고싶어서 갔겠나? 답답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거지) 그래도 퉁퉁 부은 내 눈이 안스러웠는지 신촌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로 의뢰서를 써주셨다. 그곳에서 접촉성 알러지 같다고 했다. 

난생 처음 접촉성 알러지로 그 후로도 한 3개월 이상을 고생했다. 안경을 쓴 다음 날 아침엔 부은 눈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안경이건 뭐건 얼굴에 걸칠 수가 없었다. 마스크도 천연 면소재만 쓰고 그렇게 조심조심 무너져내린 피부의 회복을 기다리며 일에서 손을 놓아버렸다. 


여전히 양입술 끝쪽이 갈라지고 안경을 쓰기가 조심스럽지만 얼마 전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또 이사와 이런저런 일로 한 달 여 손을 놓게 되었다. 다시 시작하려니 마음에서 저항감이 올라왔다. 

'어차피 실패한거야. 새로 다시 파자!'

'깨끗하게 새로 시작하는 게 좋아.'

'별로 보는 사람도 없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보기도 더 좋잖아.'


이런 저항감들을 안고 이어서 해나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계속하며 수정과 함께 썩 완벽하지 못한 공간들을 꾸며나갈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속해나갔을 때 하나의 길이 생겨나고 시간이 흐른 뒤 그 길을 되돌아봤을 때 그 길이 완벽한 길이 되어있을 것이란 것도 잘 안다. 원래부터 완벽한 스타트는 없다. 포기하지 않았을 때 완벽한 피날레가 있을 뿐. 


우리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쉽게 포기를 한다. 애초에 시작도 않하고 포기할 수도 있고, 시작은 했으나 불안과 두려움, 이런저런 마음의 저항감에 포기하기도 한다. 하고자 했던 일을 다음으로 미루면서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래서 우울해한다. 

마음의 저항감들 중 가장 작은 것부터 넘어보자. 저항감과 함께여도 몇 번의 결심으로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허들 하나부터 넘는 것이다. 그렇게 넘어보고 나면 별 게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작은 저항이라도 그것을 이겨내고 결심한 일을 해냈단느 뿌듯함이 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마음의 허들들을 넘어가보자. 사부작사부작 


ⓒ 8 OTTO BY 15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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