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웠다
저녁 7시, 지하철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거슬러 서울역을 빠져나왔다. 퇴근길, 지치거나 다소 상기된 이들 사이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소란스런 도심 풍경 한풀 꺾이는 곳, 밤의 남대문은 운치 있었다. 숭례문학당, 경기 히든 작가 1차 합격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맴도는 긴장감이 따뜻했다. 자기소개를 하고, 어떤 주제의 글을 썼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에게 눈이 갔다. “저는 ‘서툰가족 오늘도 안녕합니다.’를 썼어요. 아이를 입양하며 겪었던 이야기예요.” 생소한 주제를 아무렇게 않게 사분사분 풀어내는 그녀, 가느다란 움직임까지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숭례문학당 마지막 강의, 서로의 원고를 보았다. 그녀의 글은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 가볍게 쑥 읽혀, 의미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부러웠다. 나의 오래된 국문과적 글쓰기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무렵 나는 내 글의 한계를 속속들이 마주했다. 밤새워 고치고, 새로 썼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보여주기보다 말하고, 삶보다는 관념에 가까웠다. 소재로 비교해도, 입양 가족 이야기는 내 것보다 훨씬 신선했다. 공모전의 특성상 함께 글쓰기 교육을 받은 10명 중 4명만 책을 낼 수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그녀의 글은 책이 되겠구나.’ 글이 곧 삶이자 꿈인 나와 달리, 그녀는 직장인으로서도 꽤 근사했다.
- 김혜연, <서툰 가족>, 사과나무, 2020
- Photo by Tomas Jasovsk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