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서툰 가족》과 내가 쓴 《엄마의 책장》 모두 책이 되었다. 그녀의 해사한 웃음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깊은 이야기는 모른 채 겉으로 만나며 살아간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던 그녀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을까. 글을 통해 그녀의 삶을 얼핏 보았지만, 극히 일부였다. 책표지의 ‘우리는 입양 가족, 오늘도 소란합니다.’라는 말이 내 것처럼 포근했다.
서른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말했다. “이제 시집가야지.” 결혼을 하자 이렇게 물었다. “아이는 언제 낳아?” 첫째를 낳자, 또 물었다. “둘째는?”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대학만 가면, 취직만 하면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삶의 과제는 늘 새롭게 나타났다. 나와 남편은 여섯 살 차이다. 결혼 당시 남편은 서른넷, 적지 않은 나이였다. 결혼 후 바로 자녀 계획을 세웠다. ‘어차피 낳을 거 한 살이라고 젊어서 낳자’는 마음 반, 더 이상 그런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은 마음 반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원했던 대로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했지만, 유산을 했다. 임신 6주차가 지났는데, 아기 심장 소리가 안 들렸다. 그날부터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눈물로 기도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도 아기집은 텅 비어있었다. 한여름, 소파수술을 받는 동안 발이 꽁꽁 얼어붙었다. 집으로 돌아와 미역국을 먹으며, ‘내가 이걸 먹어도 되나’, ‘그럴 자격이 있나’ 겨우 삼켰다. 유산도 출산과 다름없다는 말에, 해산한 산모처럼 그해 8월을 뜨겁게 보냈다. 참고 있던 눈물이 올라와 남편과 부둥켜안고 꺼억꺼억 울었다. “이렇게 한 번은 울어야지. 너무 마음 쓰지 마.”라는 그의 말이 고맙고 아렸다.
아이가 없던 시절, 대형마트에 가는 것이 몹시 견디기 어려웠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던데 주말이면 마트는 아이들로 붐볐다.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단란한 가족의 모습과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었다. 더 진심을 드러내어 말하면, 불임 판정을 받고 한동안은 마트나 쇼핑몰에서 스치는 유모차들이 지옥이었다. 부러움 때문이기도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억울함에서 비롯된 눈물이기도 했다.
- 김혜연, <서툰가족>, 231쪽
언제나처럼 시간이 흘렀다.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기도를 했다. 그해 가을 남편 친구가 우리집에 왔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과 함께. “휴게실을 몇 번 들렀다 왔어요. 밤에도 화장실 때문에 몇 번을 깨는지 몰라요.” 그녀와의 대화가 영 내 것 같지 않아 콕콕 마음을 찔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유모차가, 임산부가 견디기 힘들었다. “시험관을 했는데, 또 안 됐대.” 같은 말이 내 이야기가 될까봐 마음 조렸다. 아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총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임신을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조금 또 조심했다. 아기집에 난황이 보였고,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하혈을 계속했다. 의사는 “아기집이 불안정해요. 휴식을 취하세요.”라고 할 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기야, 제발 떠나지 마.” 기도뿐이었다. 고심 끝에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는 임신한 상태에서는 약을 쓸 수 없다면서, 빙긋 웃었다. “엄마가 정말 단단히 마음을 먹었네요. 이 아이를 꼭 살려내겠다고. 맥박에서 느껴져요.” 한의사의 말에 눈이 뜨거웠다. ‘아기도 알고 있구나.’ 기특했다. 마지막 달까지 문득 비치는 붉은 피를 보며 마음 졸였지만, 아기는 잘 태어났다.
“저… 사실 이번에 입양했어요. 지난주에 드디어 아기가 집에 왔어요.”
“…….”
정적이 흘렀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 입양이 아닌 이직하게 됐다고 잘못 말했나?
“어어… 그래 잘됐네.”
-앞의 책, 205쪽
얼마 전 대학 동기를 만났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두 아이 모두 아직 아이가 없었다. 둘 다 병원에 갔었다고, 견디기 힘든 검사를 받았고 시험관 아기를 했다고, 정말 아팠고 그냥 아이 없이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있었다. 입양 또한 마찬가지다. 입양은 텔레비전에서 신애라, 차인표 부부나 하는 것이었다. 입양한 아이를 본 적은 있지만, “사실 걔 입양아래. 쉿.” 같은 비밀이었다. 아무리 가늠해보려 해도, 알 수 없었던 마음을 《서툰 가족》책을 통해 생생히 만났다. 다음에 누군가 “입양했어요.”라고 말하면, “저 임신했어요.”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축하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