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알고 보면 모두 다른 날들

1. 반복되는 일상을 지켜내는 일

by 윤혜린

《엄마의 책장》이 막 나왔을 때, ‘북 콘서트’ 요청이 들어왔다. ‘이제 책 한 권 낸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들뜬 마음이 더 컸다. 흔쾌히 수락하고 그 시간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낭독할 부분, 하고 싶은 이야기뿐 아니라,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떻게 웃을지까지. 그런데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달뜬 마음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어떤 사람들이 올까’,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미 무를 수는 없었고,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저녁 7시반, 그리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야기 나누기 좋은 인원이었다. 마음이 놓였다. 낯가림 심한 둘째는 무대 채질이었나. 긴장하고 앉아 있는 나를 간지럼 태우고 도망갔다. 누군가 말했다. “여섯 살 정도면 규칙을 알 만한 나이인데, 저렇게 천진한 걸 보면 정말 잘 키우셨네요.” 잠시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무대 위로 오르락내리락 너스레를 떠는 아이 덕분에 겨울밤이 따뜻했다.

피아노 연주로 문을 열었다. ‘이런 연주를 들은 게 언제였지.’ 음표 하나하나가 살아서 몸에 닿았다. 연주가 끝나고 음악 감독이 말했다. “반복되지만 조금씩 다른 일상처럼, 비슷한 듯 다르게 변주되는 곡이에요. 그래서 외우기가 힘들었어요.”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정말이지 우리의 삶 같았다. 어제 같은 오늘이 수없이 되풀이되지만, 모두 다른 날들. 조금씩 다르게 변주해야 하기에 더 어려운 것 아닐까.


Photo by Geert Pieter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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