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우체통
엄마 몸속을 떠나 세상에 나온 첫날의 울음, 눈을 마주치고 짓는 첫 미소, 배꼽이 떨어진 날, 엄마 손가락 하나를 쥐고 부모를 의지하겠다며 눈을 마주칠 때의 동공, 배고프다고 울 때 벌어진 입 속의 목젖,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이 젖어있을 때 그 머리에서 나는 달큼한 냄새, 노란색 똥을 싸고도 온몸에 구린내가 나지 않았던 작은 몸뚱이, 몰캉한 엉덩이, 통통한 발가락과 꼬물거리는 손가락, 젖을 빨 때의 살겠다는 강렬한 의지, 가만히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얼굴, 이가 나기 전의 붉은 기가 올라온 잇몸, 주먹을 입 속으로 집어넣기라도 하듯 고집스러운 결기, 뒤집겠다고 용을 쓰는 끈기, 끝내 뒤집고 눈을 마주치고 '봤지'라고 하는 표정, 힘을 내서 앞으로 전진하는 추진력, 언제 따라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투지, 일어나 앉기, 무거운 머리를 못 이겨서 뒤로 넘어지고도 울지 않는 단호함, 그럼에도 고통에 몸을 꺾고 큰 소리로 우는 어린 아기의 서러움, 모든 걸 입으로 넣는 살겠다는 의지, 무엇이라도 잡고 일어서려는 전력, 서고 걷고 웃고 울고 까불고 그런 모든 아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
우리는 부모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아이는 어른이 웃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웃음을 선사하고 기쁜 순간을 선물하며 기쁨의 정수를 맛보게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부모가 아무리 잘못해도 용서하고 용서하고 용서한다. 부모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조차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면 또 용서한다. 항상 부모가 희생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부족한 부모를 관용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모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부모를 극복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끊임없이 아이에게 요구하는 부모가 과연 희생한다고만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전리품처럼 원하지 않는 미래를 강요하고 물질적, 환경적 풍요를 제공했으니 내가 말한 대로 살라고 삶의 방향키를 쥐려는 게 맞을까.
부모는 과연 희생만 하는 것일까? 우리가 놓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