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언어

by 이성주

로마는 하루에 세워지지 않았다(Rome wasn't built in a day). 영광을 세우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결국 로마제국도 역사에서 사라졌다. 남은 건 건축물이다. 그들이 만든 돌과 예술이 그들의 영광의 증거가 될 줄 알았을까. 역사는 문자로 남고, 흔적은 그들이 세운 돌로 남는다.


나는 요즘 새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단기 임대했다. 한 달여 머물 이곳은 곧 무너진다. 리모델링이 결정 난 주거단지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공간은 더 쾌적해지고 편리하게 설계될 것이다. 과거의 흔적은 남지 않는다. 우리는 주거 공간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허물고 다시 짓는다. 바닷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허무는 걸 전제로 한 건물에서는 영원을 기약하기는 힘들다. 내가 살던 곳이 환금성의 역할에 충실할 때, 보금자리로서의 집은 부수적인 것이 된다. 집이 가진 최고의 가치가 돈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쉽게 부수고 새로 짓는다. 나 역시 내가 살기 편하다는 이유로 오래된 벽과 바닥을 뜯어냈다. 새로운 벽을 세우고 시멘트를 부어 바닥을 다졌다. 쓰레기가 넘쳤다. 썩지도 않는 것들이었다. 부수는데 핑계는 열 가지도 넘는다. 이십 년이 넘었다, 이전에 살던 사람이 훼손한 게 많다, 어차피 해야 할 수리였다. 그러나 가장 솔직한 이유는 하나다. 쾌적하게 살고 싶은 욕심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글도 쓰면 안 된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모순을 알면서 부수는 일에 가담했고, 가담하면서도 부끄러움만은 버리지 못했다. 로마인들은 돌을 쌓아 시간을 이기려 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나는 그 돌을 부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게 남은 것은 부끄러움을 외면하지 않고 고백한다는 사실뿐이다. 언어는 적어도 썩지 않기 때문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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