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 나는 친구가 없다.

by Helena J

요즘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시간은 내가 선택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혼자 있는 날들이 너무 길어져서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뿐이다.


혼자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시작은 혹시 나와 같았을까?


어릴 때부터 나는 조용한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주로 관찰하는 아이였다. 친구들의 표정, 말투, 분위기…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 더 익숙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를 조용한 아이로 기억했고 나는 점점 더 조용해졌다.


여럿 속에 있는 건 늘 불편해서 단짝 친구 한 명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새 학년이 오면, 그 친구와 헤어지는 순간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소풍날 함께 갈 친구가 없어 결석했던 적도 있다.


20대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관계, 거절 한 번에 며칠씩 맘이 아픈 나.


내 인연은 늘 내가 먼저 손을 내밀 때에만 이어졌다. 문자도 내가 먼저, 약속도 내가 먼저. 한 번도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연락해 “오늘 볼래?”라고 말해준 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엔 그게 외로웠다. '내가 그렇게까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연락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끊기는 관계들이 진짜 내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멀어져 간 사람들은 그저 그 정도의 인연이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엄마들끼리의 모임에서도 나는 늘 조금 멀리서 서 있었다. 겉으로는 잘 섞여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제외하면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라는 사람과 진짜 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누구를 위해 울고 웃을 필요도 없는 나만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내 인생에서 놓쳤던 '나'를 이제야 처음으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혼자가 되니 많은 것들이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 계절의 변화, 내 마음의 결,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들. 누구에게 맞출 필요 없는 하루는 의외로 따뜻했다.


처음엔 고독이었지만 나중엔 고요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고요는 평온이 되어 있었다.


이제 50살이 된 지금, 연락하는 친구는 거의 없지만 혼자인 시간이 익숙해졌다.


요즘 나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책을 읽고, 영상을 만들고, 꽃을 보고, 허브를 키우고, 조용히 티 한 잔을 마시는 일상. 이 모든 건 혼자인 시간이 길어져 자연스레 시작된 일이지만 이젠 그것들이 내 삶의 큰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시간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가 먼저 나를 찾아주는 그 한 통의 연락이 아직은… 조금 기다려진다. 공원에서 둘이 걸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모습이 참 부럽다. 누군가에게 “오늘 같이 걸을래?” 그렇게 먼저 다가와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이 스치듯 지나가도 나는 다시 조용히 고개를 들고 걸음을 옮긴다. ‘그래, 언젠가 그런 날도 오겠지.’ 그 정도의 희망이면 충분했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있어야만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에게 인정받아야만 빛나는 존재도 아니다. 나는 혼자여서 비로소 나를 가장 잘 이해하게 되었고 나를 가장 소중하게 대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 혼자여서 오히려 따뜻해진 사람. 그리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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