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유명 연예인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파경을 맞이한 소식이 TV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녀의 한쪽 눈은 멍들어져 있었고 가졌던 아기도 유산을 하였다고 했습니다. 병실의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있던 나 역시 병실의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임심을 하고 처음으로 가졌던 아이를 지운 후 회복실에 누워 있었습니다.
결혼식 전부터 이 결혼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날짜는 다가오는데 깨트릴 용기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결혼이란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결정인 것인지 그 결정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결혼식날조차 행복하지 않았던 그 예식을 마친 후, 신혼여행에서부터 그리고 다녀와서부터 그와 나는 관계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어서였는지 임신 초기부터 입덧이 심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20대의 어린 나이에 사채를 빌려 식당을 오픈한 자신의 여동생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나와 시작된 결혼생활에 충실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그 사람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벌려놓은 식당일을 나가서 거들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빛을 져가며 벌려놓은 일들로 받은 스트레스는 모두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그 사람과 전화로 통화를 하던 중 '죽여버리겠어'라는 말을 저에게 질러대더니 집으로 달려온 날도 있었습니다.
우리 둘은 그 사람의 집에서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일본으로 워킹홀리데리를 떠날 계획이었기에 그 사람 집에서 그때까지 임시로 거주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과 더불어 그 사람의 태도는 돌변하였습니다. 그는 일본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결혼식 전부터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었고 우리는 결혼식 후 일본으로 나갈 계획이었었기에 저는 그 점에 대해서 크게 염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직업이 없어서 수입이 없었던 그 사람은 결혼식 후에도 그 사람의 동생과 아버지가 벌려놓은 대책 없는 일들을 수습하느라 여전히 수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입덧이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생활비라도 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잡았습니다.
나 면접 볼 거야.
하루에 반나절 정도 일을 하는 거고
그러면 한 달에 오십만 원 조금 넘게 벌 수 있을 거 같아.
그 사람은 제가 벌 수 있는 돈의 액수를 듣고는
저의 능력을 비꼬아대며 비웃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면접을 가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했지만 이왕 이렇게 한국에 눌러앉아서 살 거라면 그 집에서 나와서 살았으면 했습니다.
제가 그 집에 들어가던 그 첫날, 그 사람 어머니와 그 사람은 제가 사용하는 욕실 쪽의 물의 수압을 제가 보는 앞에서 줄였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물 사용을 많이 하여 물세가 많이 나올까를 염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적 저의 사진들을 새 앨범에 정리하는 것을 본 그 사람의 어머니는 저에게
그 사진들 다 찢어버려라!
라고 말하셨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이 어렸을 때 한참 힘들게 사셨기에
그 사람의 사진을 한 장도 찍어주기 못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게 한이 되셨던 것 같았습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제가 무엇을 바꾸어 드렸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가 그 집에 살러 들어간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의 어머니는 자신의 가전제품을 저에게 바꾸어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바꾸어 드렸습니다.
그 집은 빌라였고 안채와 원룸이 문 하나를 통해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사용하던 원룸 쪽에서 거주를 하였고 그쪽에 욕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욕실에 제 작은 세탁기를 두고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제 돈으로 세탁기를 사서 그것을 그 집으로 들이던 날은 무슨 큰 난리라도 난 듯이 그 사람은 대단하게 화를 내고 세탁기를 그 집으로 들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 세탁기는 다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미래를 함께 하고자 결혼을 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자신의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이 안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결혼 후에 그 사람의 생활은 결혼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고 자신이 새로운 가정을 꾸린 가정의 가장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자신의 여자 동창중 결혼하자마자 파경을 맞이한 친구가 당시에 있었는데 그 동창의 남편이었던 사람의 흉을 보면서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모습과 상당히 닮았음에도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의 모습은 성찰을 하지 못하는 바보스러움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나와서 망가져가는 우리의 결혼생활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그 사람과의 몇 개월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짐을 싸서 그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유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날로 우리 집에 찾아와 애원하며 매달리던 그 사람의 모습은 진저리 치게 끔찍해 보였습니다.
넌 항상 그렇지. 다 지나고 나면 후회하고 그것도 그때뿐이지....
방송으로 나오는 연예인의 파경소식과 함께 또 다른 비슷한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본가에서 신혼을 시작한 부부가 자신의 부인이 자신의 본가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렸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람도 저에게 자신의 집 도어락 번호를 바꾸어 버리겠다고 습관처럼 많이 말을 했었기에 저에게는 그 사건이 낯설지 않은 대사로 들렸습니다.
결혼하고 잘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의 한편에는 나와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사건을 당하는 당사자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보다 잘나 보이고 예쁘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건을 접하면서 그들도 그런 시련을 받는 것에 대해 나름 동지애를 느끼며 나의 아픔을 무디게 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