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다가 내 안의 상처받은 나를 찾아가 서로 인사 나누고 위로를 나누는 치유영상을 해보았습니다.
안내하시는 분의 멘트에 따라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숲 속을 걷다가 내가 만나고 싶었던 시절의 어린 나를 찾았습니다.
옥상에 쭈그리고 앉아서 햇볕을 쬐며 외로운 마음을 그렇게라도 녹여보고 싶었던 어린 나를 찾다가 문득 그보다 조금 더 커진 나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ㅁ자 모양의 다세대주택의 2층 마당에 학교 책가방을 멘 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2층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안은 텅 비어있고 나의 가족은 이사를 간 날이었습니다.
당시 내 나이 12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나를 찾으러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기약 없이 몇 시간을 서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침 후에나 건너편집에 살고 있던 언니가 나와서 내 손에 5백 원을 건네어주었습니다.
"너네 엄마가 이걸로 버스 타고 이사 가는 새 집에 찾아오라고 주고 갔어."
당시 살고 있던 곳은 지금의 금천구였고, 새로 이사를 간 곳은 영등포구였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 나가서 버스를 탔고 그리고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새집까지 한참이나 걸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내 마음은 참 담담했었습니다.
새집에 도착했을 때 누구의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방안에 들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긴장해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싶었었나 봅니다.
울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혼자서 웅크리고 앉아서 조용히 흐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난 집에 무사히 도착했고 이렇게 안전하게 잘 살고 있었으니 그때의 일은 그냥 잊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면서 나의 과거를 떠올리다가 문득 그날의 일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날 버리고 간 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 영상을 준비를 하느라 노트에 나의 과거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쓴 내용을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 아들들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해에 아이들에게 우울감이 찾아오면서 나와의 관계도 틀어지면서 큰아들 입에서 내가 자신을 버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아이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이었습니다.
다녔던 유치원이 집과 먼 거리라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마을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퇴근길이라 만차였던 마을버스를 타고 아이 둘을 픽업해서 돌아오던 길에 함께 내린 줄로만 알았던 아들 중 한 명이 내리고 나서 보니 따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이미 마을버스는 떠나버리고 없었습니다.
다행히 살고 있던 동네가 조용한 아파트 단지였었고, 그 마을버스는 아이들이 매일 걸어 다니는 동네길을 빙빙 돌아서 특정 아파트 앞에서 10분 정도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부랴부랴 걸어서 마을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은 마을버스 앞문 앞에 긴장된 얼굴로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는 울먹이면서 차에서 내려왔습니다.
의자에 앉아있던 아들이 깜박 잠이 들어서 따라 내리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이 버스가 너네 집 앞으로 가니까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집 앞에 내려줄게"라는 운전기사 아저씨 말에 아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내용을 아들은 내가 자신을 버리고 내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들을 찾으러 갔었던 내 모습은 아들의 기억 속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깜박 잠들어서 따라 내리지 못했던 내용도 쪽 빠져버렸습니다. 그냥 난 당시 아들을 버린 나쁜 엄마로만 아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 노트의 내용을 읽으면서 그 내용과 자신의 그 시절 그 모습이 교차되면서 이런 기억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 역시 내 맘의 내면아이와 만나고 나서 당시에 나를 정말 버렸던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분노의 감정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런데 하룻밤이 지난 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왜 아빠가 나와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새로 이사 가는 집에 데려갔었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들에 대한 나의 오해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장사를 위해 차를 가지고 다니셨습니다. 아빠가 버스를 타고 다니지는 않으셨는데 그날은 나와 동생을 데리고 이사 가기 전에 먼저 그 새집을 가서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 아빠가 우리 둘을 먼저 데리고 가시면서
우리 보고 이 집에 이렇게 찾아오라고 길을 알려주셨던 것이었을까?"
이 생각은 쏙 빼먹은 채로
'난 당시 어린 나이지만 아빠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한번 방문했던 경험으로만 그 나이에 집을 혼자서도 참 잘도 찾아갔었네'
이렇게만 스스로에게 대견해하였고 내 부모는 나를 그냥 두고 이사 가버린 사람들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아빠가 우리들에게 집을 찾아오라고 하시면서 버스 타고 걸어가면서 하나하나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던 것은 까막게 잊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생은 다행히 가족이 이사를 떠나기 전에 학교에서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난 나의 내면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안전하게 잘 지켜주어서 고마워!"
"너는 그때 참 잘 해냈어."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과거의 상처는 어쩌면 왜곡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