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1. 07. 시작하며
얼마 전, 다큐멘터리 영화 <되살아나는 목소리>의 GV에 다녀왔다. 평생 동안 모아 온 영상들을 영화로 개봉한 소회를 들을 거라 예상했던 자리에서, 박수남 감독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때만 해도 일본의 부부관계는 주종관계가 심해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의 끈질긴 프러포즈를 여섯 번이나 거절했답니다. 결혼을 하면 가정에 매여 이 영화를 만들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저는 이 자리에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어요. 요즘 세상의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제가 일생의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한 이유는, 기록하지 않으면 이 일이 없던 일이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많은 이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 영화로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는 실존하게 될 거예요."
나는 일종의 신선한 충격에 휩싸인 채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아, 기록하는 일은 마치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 위에 글씨를 새기는 것처럼, 흘러가 버리는 시간 속에서 깃발을 세우고 존재를 알리는 일이구나. 나는 무엇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닐까?
나중에, 나중에를 외치며 미루기만 했던 내가 부족하지만 이렇게 지금의 나를 기록해 본다. 이 일이 지금의 나에 대한 존중이며 사랑이라고 믿으며. 그리고 먼 훗날, 시간의 파도가 더 많이 흐른 뒤에 이 글을 되돌아볼 때, "아, 그때의 내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