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채워주는 작은 달달모먼트
진주까지 너무 멀다, 이번이 마지막!! 싶으면서도 늘 올때마다 심쿵 포인트가 있는 이 곳,
오늘은 경상국립대 유학생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다녀왔다.
유학생들 대상 강의에는, 나도 10여년간 유학생으로 지내며 문화차이, 고립감, 언어장벽 등 그들의 고충을 짐작하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필수로 해야하는 성인지교육이지만, 이를 계기로 만난 유학생들이 서로의 관계의 어려움을 나누는데 중점을 둔다. 타지에서 supporting group을 급히 만들기위해 경계가 지나치게 흔들릴때 나타날수 있는 관계내 폭력성에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보통 강의를 이어간다.
타 대학들 보다 경상국립대는 한 강의당 학생수가 적게 배정되어서인지, 수업이 마치 하루의 단기 집단상담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다들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마칠때 쯤이면 서로 이름도 왠만큼 알게 된다.
지난 여름에는 점심시간에 걸쳐서 강의시간이 잡혔는데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햄버거를 나눠줬었다. 배고플텐데 먹으면서 들어달라고 했더니 한 학생이 어서 하던 강의를 계속하라며
“The class matters more — eating doesn’t.”
(수업이 중하지 먹는건 상관없어요)
라고해서 심쿵사 할뻔 했었다.
주저리 주저리 글을 시작했지만 오늘도 그런 도파민 충전 모먼트를 나누고자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급히 글을 적어본다.
오늘 강의는 서로 얼굴보며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마음에 둥글게 원형으로 대형을 바꾸고 강의를 진행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물론 귀여웠지만 진짜 달달은 그 이후였다.
강의 후 나서려는 나에게 한 학생이 “it’s OO’s birthday!” 라며 한 학생을 가르키며 소근대는 것이다. 그 학생은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마냥 이 작은 서프라이즈에 내가 동조해주길 기대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생일인걸 알려드렸으니 선생님이 알아서 진행해주세요, 같은 눈길로.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OO학생을 ‘샤라웃“ 했다.
“Do you guys know that? it's a very special day. it's OO’s birthday! Could we all sing a song for him?”
학생들은 다같이 만국어 공통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웃었다. 생일자인 학생은 우리가 노래불러주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기뻐했다. 서프라이즈 대 성공의 순간이다.
생일자가 이후에 나에게 와서는 자신의 생일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지만, 나는 “As if I’d ever miss it!“ 이라며 눈을 찡긋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출장길이지만, 돌아오는 지금까지 선물 꾸러미 하나가득 안고 오는 듯 하다. 늦가을의 한가로운 캠퍼스 정경, 동그랗게 모여 ‘이건 수업같지 않아 좋아요‘라고 말하는 솔직함,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학생들,
귀여움 한도초과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