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필사모임을 시작하며
이 필사 모임은 2025년에 가장 반갑지 않은 계기로 맺어진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얼마 전 몇몇 미디어에서도 보도된 [미션캠프]라는 회사의 급작스러운 운영 중단에 영향을 받은 7명
의 글쟁이들이 모였다. 미션캠프에서 진행하는 환급형 베타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출간캠프'를 통해 책 출간을 기대하던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한 일곱 명이 함께하게 된 것이다. 누구도 이러한 방식의 만남을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잦은 일정 지연, 반복된 연락의 공백, 홍보 문구를 통해 전달되었던 여러 안내들은 모두 ‘글’의 형태로 전달되었다. 그 글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기망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글은 속임이나 변명이 아니라 진실을 전하고 서로를 만나게 하는 데 그 본질이 있을 터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던 이 마음에 난 상처가 우리가 중시하는 이 '글'이라는 매체가 신뢰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감각임을 마주했다. 그리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우리가 아는 그 글을, 그리고 그 책을 써 모아가고자 했다. 우리끼리의 별도 모임을 만들던 시기, 마침 런트리의 지원을 받아 『오즈의 마법사』를 하루 한 장씩 필사하는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글을 쓴다는 본질에, 더 다가가 보기로 했다. 모두 타자로, 파일저장으로 글을 쓰고 남기는 것에 익숙해진 이 시기 가장 초기적 형태의 글쓰기를 함께 하기로 했다. 방법은 이렇다. 매일 정해진 분량의 『오즈의 마법사』필사집 한 장을 필사하고, 그날 마음에 남은 문장 한 줄을 추가로 기록하기로 하였다. 그 문장은 그날 필사를 하며 마음의 남은 문장도 되고, 그날 흥얼거리게 된 마음의 말도 괜찮다. 이렇게 오즈의 마법사의 필사 문장들이 우리 안을 여행하다가, 한 줄로 툭 튀어나오는, 그 마법과 같은 부산물을 같이 모아 보기로 했다. 이렇게 모인 문장들은 한 장에 한 줄만 볼 수 있는 하나의 책으로 엮어 출판할 예정이다.
시작에 앞서 우리는 다짐했다. 2025년 가장 원치 않았던 방식으로 만난 인연이었으나, 2026년 우리에게 가장 반가운 문장과 인연을 만들어 가는 모임이 되겠다고. 시작을 알리는 이 글이, 마치 모험을 시작하는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처럼 설렌다.
*필사집을 지원해 주신 [배움이 자라는 공간, 런트리] 감사합니다.
런트리 홈페이지: http://www.lrn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