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출간 과정의 기록
뭔가 하나 하려면 머리 굴려 리스크 따지고, 실익 계산하고, 시뮬레이션 돌려보고…그러다 결국 ‘안 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쩌겠나. 그게 나인 것을.
올해 초,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즐겨 쓰는 세줄일기 앱의 일기장 제목을 “쫄지마, 일단 해봐”로 바꿨다.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보겠노라, 변신하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주문을 외운다고 해서 혹은 말로만 떠드는 축복이나 저주를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든 남의 인생이든 뭐 그리 크게 바뀔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결정한 일기장 제목 글은 생각보다 강하게 내 행동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에는 어떤 새로운 일이나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일을 안 해야 할 이유가 머릿속을 온통 지배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우선 떠오르더라도 '쫄지마! 그냥 한 번 해봐!' 한마디만 떠올리면 주저하는 마음이 민들레 씨처럼 훅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도전한 일 중 하나가 Brunch에 연재하던 글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는 일이었다.
작년의 나 같았으면 출판사를 찾는 것부터 겁이 났을 것이다. ‘출간 제안은 어떻게 해야 하지?’ ‘글 솜씨도 없는데 남들한테 보여주기 쪽팔려’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을 줄줄이 매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쫄지 않기로 했고, 진짜로 쫄지 않았다.
참고로 작년에도 책을 내고 싶어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결과적으로 그 책은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나를 겁먹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 읽다 보면 누군가가 내 글을 비꼬듯 평가하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고, “이거 팔릴 책도 아닌데, 글이라도 잘 써야 욕은 안 먹지 않겠어?” 싶은 생각에 한 글자도 쓰기 어려워졌다. 더 잘해야겠다. 더 잘 써야겠다는 마음이 발목을 붙잡았다.
올해는 달랐다. 쫄지 않을 결심을 한 것이 가장 컸고 코칭 공부를 하면서 소소하게 알게 된 것들이 나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먼저 Brunch에 썼던 원고들을 다운로드해서 몇 달 동안 다듬고 또 다듬었다. ‘작가는 엉덩이로 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나서 나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 보았다.
어느 정도 괜찮다 싶게 마무리한 후에 저자 소개, 저자의 말 같은, 책을 책답게 만드는 글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출간 제안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초고가 완성됐다.
MS Word 기준, 신국판(152×225)으로 267페이지.
손에 잡히는 책 한 권 분량의 문서가 눈앞에 만들어져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