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똑 닮은 책을 출간한 후...

by Helen


저자에게 직접 받은 책은 처음이에요.


출간된 책을 몇몇 지인들에게 택배로 보내고 며칠이 지났을 때, 책을 배송받은 후배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깊은 깨달음)


그 후배는 내가 일했던 교육기관에서 교육운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교육운영 담당자를 보조하는 역할인데, 그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완전히 베테랑이다.


교육운영을 직접 책임지는 담당자들은 직무 특성상 사내외 강사들과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몸으로 뛰는 일이 훨씬 많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지식노동자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책을 쓰는 사람도 많고 저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반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지원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다. 사내외 강사들을 직접 챙겨주는 일을 하는데도 정작 저자들은 그들에게 책을 선물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책을 줘도 안 읽을 거라 생각했을까?’ 사실 선물 받은 책을 거의 안 읽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책을 줄 만큼의 친분이 없다고 여긴 걸까?’ 오다가다 한두 번 본 사람에게도 책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의 영향력이 크면 더더욱.


그녀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깨달음을 얻고 나서, 책 선물 대상자 리스트에 그녀를 넣었던 이유를 곱씹어 보았다. 나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이유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상할 지경이었다. 일하는 동안 그녀가 드러나지 않게 메워주었던 나의 빈틈과 실수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녀가 생색을 낸 적이 없으니 어림잡아 짐작할 뿐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일이 제대로 굴러갔을까 싶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내 책을 받을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어쨌든 나는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저자의 사인이 담긴 책을 건넨 첫 저자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묘한 뿌듯함에 취해, 뭐라도 또 써야겠다는 불필요한 결심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나와 똑 닮은 책을 출간하기까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