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똑 닮은 책을 출간하기까지(끝)

첫 책 출간 과정의 기록

by Helen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다. 정말이지 나를 똑 닮았다. 담백하고 재미없는 내용이지만 가끔 재치가 번뜩이고, 쓸모는 분명한 책이다. 막상 출간일이 되었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아마도 아직 실물을 손에 쥐지 못해서일 것이다. 출판사에서 오늘 택배로 보냈다니 곧 만나게 되겠지.


출간 전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책을 누구에게 선물할까 하는 문제다. 주변 지인들에게 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명단을 적어봤는데,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A책임... 책을 받아놓고 대충 아무 데나 던져둘 것 같은데? B선임... 혹시 라면 냄비 받침대로 쓰지는 않을까? C주임... 예의상 조금 갖고 있다가 중고서점에 팔지 않을까?


이쯤에서 고백 하나. 위에 적은 걱정들은 사실은 지금까지 내가 지인들한테 책을 받았을 때 했던 행동들이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건 있다. 읽지 않고 책장 한켠에 꽂아두기만 해도 주변을 오고 가는 누군가의 눈에 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흥미를 보인다면 그 사람에게 선뜻 선물해 주면 참 좋겠다. 물론 직접 사서 선물하거나, 사서 보라고 권하는 게 제일 좋겠지. 돈을 주고 사든 말든, 누군가 내가 쓴 글자와 문장들을 제발 읽어주기만 해도 좋겠다. 그거면 충분하다.


명단을 만들다가 문득 분류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 챗GPT에게 도움을 청했다. 결과는 이랬다.

첫째, HRD와 교육계 인맥들

둘째, SNS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인증샷이나 후기를 올릴 사람들)

셋째, 컨설턴트나 코치, 조직개발 전문가처럼 다른 업계와 연결 고리가 될 만한 이들(다른 업계에 확산시킬 수 있는 브리지 역할을 할 사람들)


이 기준으로 분류하고 보니, 나는 확실히 ‘재야의 은둔고수’였다. 첫 번째 카테고리에는 이름이 가득했지만, 책의 홍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은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거의 비어 있었다. 그나마 있는 몇 사람도 ‘뜬금없이 책을 보내도 되나’ 싶은 관계였다. 애초에 인세를 받지 않는 계약인데,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할 것처럼 신경 쓰이는 건 또 뭘까.


조직을 떠나 혼자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세상 변화와 트렌드를 좇아야 돈이 된다. 잘 나가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떡고물’의 부스러기라도 얻는다. 너무 잘 알지만, 그렇게 사는 건 내 주변머리 밖의 일이다.


나는 돈이 안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험하지도 않은 걸 말발로 포장하기보다는, 직접 발로 뛴 현장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보람 있다. 화려한 네트워킹 대신 나와 닮은 은둔고수들과 소박하게 밥을 먹고, 밥값 아낀 돈으로 진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대화 나누는 게 더 행복하다. 그들이 내 책을 홍보할 사람이 아니어도 아무 문제없다.


다만 한 가지, 출판사 창고에 쌓인 내 책이 세월을 버티며 색이 바래거나, 오래 묶인 노끈 자국이 얼굴에 베개 자국처럼 깊게 남은 채 방치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매일 한 권씩이라도 꾸준히 누군가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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