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똑 닮은 책을 출간하기까지(6)

첫 책 출간 과정의 기록

by Helen

출판사에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조금 벌었다. 옵션을 더 확보하기 위함이다.


전체 원고를 요청했던 출판사는 프로필도 함께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그 순간 결과가 예상됐다. 프로필을 요청한다는 건 저자의 인지도를 본다는 뜻일 테고, 내 프로필은 평범 그 자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래도 출간 제안한 출판사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었기 때문에 자료를 준비해서 보냈고, 며칠 뒤 예상대로 어렵겠다는 답을 받았다.


이제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 그곳은 내가 출강하는 교육기관이다. 출판을 전문으로 하지는 않지만 내부에 관련 부서가 있다.


출판을 본업으로 하는 곳에서 책을 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출간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을 것 같았고, 다음 책을 준비하게 된다면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부담해야 하는 출판비와 홍보의 부담을 생각하면 배움 따위 뭣이 중헌디!!!


출판이 중심이 아닌 조직에서 책을 내는 것이 나에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나서 이전과는 다르게 다소 공격적인 제안 메일을 보냈다.


‘거긴 HRM 책만 많은데 HRD 책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도발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원고를 통째로 보내달라는 연락이 와서 바로 보냈다. 그런데 담당자가 어찌나 바쁜지 원고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는 기한을 넘기고 넘기고 또 넘기고 나서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쯤 답이 왔다.


"다 검토 못했는데요, 그냥 하시지요!"


다행이다. 기다린 게 아까워서라도 어지간하면 여기에서 출간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계약 조건을 물어봤다. 전문 출판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인세 없이 원고료로 일시에 지급하고 원고료는 원고 매수에 따라 계산한다는 것. 교육기관에 속해 있다 보니 원고료도 강사료처럼 지급하는 것 같았다. 홍보나 유통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었다. 인세가 없으니 판매는 출판사의 몫이라는 말로 이해됐다. 나 역시 손을 놓진 않겠지만, 부담은 적었다.


책 자체도 나와 닮았지만 출판사의 계약 조건은 더 내게 잘 맞는다. 다만 이후 표지 디자인이나 편집 과정에서 얼마나 신경 써줄 수 있을지는 조금 우려가 되었다. 담당 인원도 많지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주 담당자가 매우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업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을까?


한 장 짜리 심플한,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계약서에 휘리릭 서명해서 보내고 난 후, 가장 먼저 연락을 줬던 고마운 출판사에는 다른 곳에서 출간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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