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출간 과정의 기록
올해 초, 심심풀이로 본 운세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길 수 있으니,
고집을 조금 내려놓고,
귀 기울이며 타협하는 자세가 올해의 관건입니다.
운세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내 책을 출간해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편집자의 조언에 따르겠노라 다짐했다. ‘어디 한번 들어와 봐. 다 수용해 줄게.’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교정을 요청하는 메일과 함께 PDF 파일이 도착했다. PDF 파일에 주석을 다는 방식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교정을 볼 때는 ‘내가 쓴 글’이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처음 읽는 독자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너무 많다. 맥락이 어긋나거나 어색한 문장 구조, 반복되는 표현이나 효과 없는 비유들.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 꼼짝 마! 다 찾아내겠어!
이틀을 꼬박 엉덩이 붙이고 앉아 교정 작업을 하고 보니 마지막쯤엔 내가 쓴 글인데도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집중력도 바닥났고, 뇌 용량도 한계에 다다랐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교정을 몇 차례 더 봐야 할 듯한데 늘 바쁜 편집자의 일정이 걱정되었다.
대략적으로 내용을 다 훑고 나니, 그제야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와 간지 디자인, 글꼴, 크기, 행간, 여백 등이 눈에 거슬린다. 저자인 내게는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된 것이었고. 교정을 요청하면서도 디자인을 봐달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마음에 들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이번 디자인은, 뭐랄까… '책'이라기보다 '교재' 같은 느낌?
나는 미용실에 가면 늘 같은 말을 한다. “잘라 주세요. 머리가 묶일 정도로만요.” 스타일링은 전문가에게 맡긴다. 미적 감각엔 영~ 자신이 없어서다. 하지만 업이 업이다 보니, 강의 자료를 만들며 정립된 '가독성'에 대한 기준은 꽤 까다로운 편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이번 책의 편집은 좀 거시기하다.
어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한 지인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편집자와
본문의 글자체, 크기, 문단 구성, 여백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반영하기로 했고요.
'열린 소통' 정말 중요하네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분인데, 책을 쓰고 출간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공유하곤 한다.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겠지만, 어제는 살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제안한 대로 기획 출판을 했다면 나도 편집 방향성에 대해 협의를 하는 과정을 거쳤을까?
고집을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책의 주인이자 저자가 아닌가! 묻지 않은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고민스러웠지만, 눈에 띄는 몇 가지 디자인 요소에 대해 의견을 적어 보냈다.
자, 나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될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