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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도 시간의 예술이다.

쉼 2: 전수미 작가전시회 '나의 색을 찾아서'를 다녀와서

by 게을러영

내가 자주 걸어서 다니는 곳 중 하나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이다.

일단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감상하기가 좋다.

유명 작가는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생활형 작가들의 작품이 꽤 전시된다.

두가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수미展은 오늘부터(2월25일) 3월2일까지,

이용화展은 2월18일에 벌써 시작해서 3월2일까지 전시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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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층에 전시되고 있는 전수미전은 '한지수묵담채화'인데

크게 먹물의 농담만 이용한 흑백의 느낌과

채색을 한 컬러의 느낌으로 크게 나눌 수가 있고,

시리즈에 따른 제목 넘버링으로 알 수 있듯이

'따라 가다보면' '튀어오르다' '푸른 바다' '나무이야기'로 크게 나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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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채색 없이 단지 붓의 놀림으로 그린 '고요함에 일렁이는 바다' 와 '잡초가 우거진 길'이다.

그림을 조금 그리는 나로서는

저 붓터치의 강약과 놀림에 따른 그림의 완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안다.

그래서 일부러 바짝 다가가서 세밀하게 관찰을 했다. 붓터치가 지겨울만큼 촘촘하다.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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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이 들어가면 이런 느낌이다.

달랑 노란색 하나만 썼는데 엄청 화려하다.

노란색 자체가 명도가 높아서 눈길을 끌 수도 있지만

다른 부분들이 먹으로만 표현되어 노랑을 더 부각시킨다.

'나무이야기' 시리즈이다.

내 마음에 든 작품은 가운데 두 작품인 '천년의 삶'과 '반계리의 가을'이다.

은행잎 표현을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지!

찍기의 신공이 보이며 인고의 시간이었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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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연작으로 그린 건, 아마 바다의 느낌이

그릴때마다 다른 느낌인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섬을 어느쪽에서 조망했느냐에 따라 그림이 다르고

물결의 느낌에 따라 바다색이 다르다.

그게 잘 표현되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너무 이쁘다.

마지막 그림은 같은 바다, 다른 느낌이다.

낮과 밤의 모습같다.

비교의 느낌이 정말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한지는 수정이 불가하다.

나도 예전에 한번 그려봤는데 그냥 흡수되기에 번짐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당혹감에 어쩔 줄 몰랐다.

그래서 그림이 진짜 솔직할 수 밖에 없다.

붓터치가 오롯이 나타나니 오류도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오늘 본 전수미 작가의 한지수묵담채화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천재성이야 내 의지의 영역이 아니지만

노력은 충분히 컨드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젊었을 때는 정신력만 충만하면 되었는데

나이를 보태면서는 체력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그림을 그릴때 제일 경계해야 할 부분이 몰두본능이다.

몰두본능을 중간 중간 끊고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예전에 세밀화를 배우다가 두 달만에 때려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몰두하면 어깨도 목도 허리도 작살난다.

정신적 만족감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다.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

이게 자뻑의 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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