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해 가는 기억력 유지를 위한 방안 탐색
김진호의 노래 제목 중 '왜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게 있다.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은 가족에 대한 보살핌과 걱정으로 항상 본인은 뒤로 밀리는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주(主)다.
내 지인들의 프사도 꽃 사진과 애완동물이 거의 반을 차지한다.
또 놀러 가도 절대 인물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한다. 단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이 두 가지 경우의 공통점은 바로 '이제는 내 모습을 사진 찍기 싫다'이다.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눈주름, 목주름, 턱주름... 모든 얼굴 관련 명사에 주름만 붙이면 다 해당된다.
그래서 내 나이 또래 여성들의 모임에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얘기가 왕왕 등장한다.
누가 보톡스를 맞았네, 리프팅을 했더니 효과가 확실하네, 눈 밑 지방을 재배치했더니 5년은 훨씬 젊어 보이네 등등
주변의 사례와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출동하여 열변을 토한다.
문제는 돈이다.
비용이 까발려지고는 항상 두 개로 결론내려진다.
- 생긴 대로 살다 죽자.
- 만족도 엄청 높다는데 까짓 건 한 번 해보자. 그거 아낀다고 빌딩 사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당연한 두 개의 답을 얻고 깔깔거리며 헤어진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주름만큼 심각한 것은 또 있다.
눈에 띄게 사라지는 기억력이다.
한 자 언니, 두 자 언니를 얘기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참고로 한 자 언니란, 어떤 단어의 여러 글자 중 한 글자만 제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악의 상황이다. 두 자 언니는 유추가 가능할 테니 설명을 생략한다.)
상황 공유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동질의식만 확인할 뿐 해결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주름의 심각성보다 훨씬 더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훨씬 관대하다.
글을 쓰고 있는 요즘 내게 가장 시급한 것은 기억력이다.
하루가 다르게 감소되는 기억력으로 인한 단어의 상실은 정말 치명적이다.
뇌에도 보톡스를 맞을 수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
사실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켜서 주름을 펴는 효능이 있다.
고로 주름이 복잡할수록 처리능력이 높은 뇌에 적용하기에는 어패가 있는 말이다.
그렇지만 보톡스가 젊음을 붙잡고 싶은 중년의 대표 명사이므로 그냥 눙치기로 하자.
그래서 내 나름의 '뇌 보톡스' 방법으로 택한 것은 역시 읽기와 쓰기이다.
명퇴 후 무조건 읽고 무조건 쓰는 시간이 많다 보니 조금씩 나아짐을 느끼고 있다.
반짝거리는 문장과의 만남을 통한 기쁨
한 권을 완독했을 때의 뿌듯함
'오호~'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내 문장들
몇 번씩 퇴고를 거치며 글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이런 충만한 경험들이 나의 뇌에 자극이 되고
그 자극이 나의 뇌에 보톡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