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늙어가는 존재의 미학' 강의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맨발 걷기를 할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맨발 걷기는 영어로 earthing이다.
원래' earthing'은 전기 전자의 공학 용어로 접지(接地)의 뜻인데, 이것이 웰빙과 연결하여 맨발로 땅에 접지한다는 의미이다. 지구(earth)라는 명사형을 현재진행형으로 바꾼 게 얼마나 멋진가!
'맨발 걷기'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 더 철학적이고 자연을 품은 단어라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
위의 서술은 전체 강의 중 내게 콕콕 닿은 핵심만 요약한 내용이다.
그동안 '늙다'와 '젊다' / '늙은이'와 '젊은이'를 상대적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내게 박구용교수님의 '늙는 건 늙은이에게만 적용되는 명사형이 아니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동사형'이라는 논리가 새로웠고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란 건 흔히 말할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늙다'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사형으로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다. 어느 한순간만을 지정할 수 없다.
반면 '젊다'는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이다.
젊다, 늙다는 둘 다 서술어로 쓰이지만, 젊다는 '젊는다. 젊고 있다.'라는 진행 시제로 쓰일 수 없다.
즉 동사형인 '늙다'만 '늙고 있다'라는 진행형으로 쓸 수 있다.
결국 살아가는 과정, 늙어 가는 과정, 죽어가는 과정은 동의어이다.
요즘 읽고 있는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에서도 탁 꽂히는 구절이 있다.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 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 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오늘도 나는 살아가고 있고 늙어가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배달될 내 부고장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하루를 살뿐이다.
나도 동의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