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 어려워?
1부. 무모한 희망과 현실 자각

모든 허들을 넘고 출판한 경험담- 1

by 게을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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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 1>

'환갑 여자 스마트폰과 발바닥으로 보스턴 쓰다'

명퇴와 환갑 기념으로 현직에 있었으면 꿈도 못 꿀 찬란한 5월에 보스턴 골목을 구석구석 누볐던 한 달간의 기행문.

시작은 도서관 공지에서 발견한 '1인 1책 펴내기 출판 원고 공모'였다.

출판 보조금에 대한 현실 감각이 없던 내가 내 책 하나 갖고 싶다는 무모한 희망만 장작하고 원고부터 편집까지 오롯이 내 손으로 만든 내 책!

남들에겐 문집 수준으로 보여도 내게는 부커상 수상 같은 기쁨과 성취감이다.




시작은 도서관 공지였다.

도서관에서 보스턴 기행문을 손보고 있을 때, 많은 공지 중의 하나가 눈에 띄었다.

'00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 출판 원고 공모'

A4용지 70쪽 이상으로 장르는 자서전, 만화, 기행문 등 자유였고, 선정되면 1인당 60만 원의 출판비가 지원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호!

이미 지난 5월부터 <in Boston>이란 시리즈로 보스턴 기행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고 있던 터라 조금만 손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간이 좀 촉박했지만, 시험공부도 임박해야 더 잘되는 법 아닌가! 뭐,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요구 조건에 맞춰 이미 쓴 글들을 수정하고 퇴고하는 데 열흘이 넘게 걸렸다. 원고를 인쇄하여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 그 동네의 유명한 냉면집에 들러 물냉면의 육수를 마시며 후련함을 자축하였다.


3주쯤 뒤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뛸 듯이 기쁜 건 아니고 '어, 되었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출판에 대한 무모한 희망은 딱 여기까지였다.


명문화된 조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반드시 지역 출판사에서 각자 알아서 출판하고, 기한 내에 도서 6부와 제반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간단한 조건은 사실 많은 디테일이 생략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맨 땅에 헤딩'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뭘 알아야 출판을 하지....

먼저 출판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검색을 통해 연락한 출판사는 원고를 보내면 검토 후 가부를 결정해 주겠다고 했다.

5일쯤 후, 메일이 왔다.


'출판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편집입니다. A4 원고를 국판(A5)으로 편집해야 하고, 기행문이다 보니 사진이 많아서 사진 기울기와 크기 조정 등 손이 많이 가는 편집기술이 필요합니다. 50부 기준으로 최소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엥?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든다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야 60만 원이란 지원비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른 출판사도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나는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하긴 이런 쪽의 경험이 전무이다 보니 무슨 기준으로 예상을 할까?

때마침 주어진 기회에 편승하여 환갑 기념으로 내 책 한 권 갖고 싶다는 소망이 그렇게 과한 욕심이었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의 누추한 현실이 자각되었다.


3배 이상의 자부담을 고민하다, 결국 출판사에 정중히 거절 메일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 외에는 이 책을 읽어 줄 친구나 지인이 몇이나 될까?'가 가장 큰 이유였다.

책의 본래 기능인 '읽기' 보다는 쓸쓸히 '방치'되다 버려질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 일러스트 하나도 한 나절의 숙고 끝에 완성한 것이고, 문장의 조사 하나도 입에 붙는가 아닌가를 몇 번씩 고쳐가며 다듬었지만 그 모든 노력이 내게만 의미있는 것으로 귀결될까 두려웠다.

독자와의 연결 고리가 미약한 내 책의 냉정한 현실을 자각하고, 원래 목적인 내 만족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배보다 배꼽이 큰 무모한 욕심은 버리는 게 맞다.


출간도 아닌 겨우 출판이 그것도 모두 비매품으로 진행하려는 소박한 소망은 첫 허들에 부딪쳐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그 후 우연히 출판과 인쇄를 겸하는 업체와 통화하게 되었고, 편집을 해서 가져오면 지원금으로 디지털 컬러 인쇄가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제안을 들었다.


호기심 천국인 내가 어찌 그걸 그냥 흘려듣겠는가?

항상 그랬듯 'Why not?'의 정신으로 무모한 시작은 그렇게 출발선을 끊고 있었다.

편집의 쓰나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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