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 어려워?
2부. 편집의 고비와 출판의 기쁨

모든 허들을 넘고 출판한 경험담 2

by 게을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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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 2>

힘에 겨운 30권을 가볍게 안고 돌아온 날,

책상 위에 열 권씩 세 줄로 도열한 녀석들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다.

당분간은 이렇게 늘어선 녀석들을 보며 혼자만의 기쁨을 좀 더 누려야겠다.




일단 검색을 통해 국판(A5)으로 책을 제작할 때의 글자 크기, 줄 간격, 여백 등을 알아내고 편집을 시작했다.

A4 원고를 국판으로 옮기는 건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문제는 사진이었다.

밀리고 틀어지고 못 찾고.

사진의 크기와 개수를 조정하며 다듬었지만, 사진이 워낙 많다 보니 용량의 압박으로 파일 구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전체를 편집본 세 개로 나누어 저장하여 나중에 pdf 파일로 병합하려 했다. 그럼에도 각각이 1GB에 육박했다. 저장할 때마다 '응답 없음'이 계속 뜨며 빙빙 도는 표시만 보이다 간신히 저장되는 수모를 계속 겪어야 했다. 결국 어떤 때는 하루치 편집본을 날리기도 했다.


여차저차 완성하여 처음으로 출판사에 가서 USB를 꽂는 순간, 사장님의 짜증 어린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왜 이렇게 용량이 커요? 이대로는 안 됩니다. 표지도 밋밋하고, 사진 용량도 1/10로 줄여야 합니다.

글자체도 바꿔야 하고 여백 조정도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내용만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진이 빠지고 주눅이 들고.... 초보 편집자는 그렇게 어깨가 축 내려앉았다.

제일 큰 문제인 사진 용량 줄이는 법을 물었으나, 한 개당 300 dpi로 줄여오라는 말뿐이었다.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조언이다.


첫술에 배부를 것이라고 기대조차 안 했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질지도 몰랐다.

그날은 그렇게 처박아두고 다음 날 다시 심기일전하여 사진 용량 줄이는 법을 검색했다.

'한글 2024'에는 한꺼번에 모든 그림의 용량을 줄이는 기능이 있었다. 그 기능을 사용하였더니 진짜 드라마틱하게 파일 용량이 1/10로 줄었다. 글자체나 여백 등은 쉽게 해결하였다.


다음은 표지의 디자인 수정이다.

사실 표지는 얼굴에 해당하니 내게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일단 도서관 책들의 표지 및 디자인 부분을 살폈다.

그렇게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책의 디자인을 이렇게 꼼꼼하게 비교하며 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디자인을 구상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문제였다.

현직 때 자주 사용하던 편집프로그램에서 기본 포맷을 활용하고 거기에 내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만들었다.

제법 있어 보였다. 너무 판에 박히지 않길 바랐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 눈에만 이뻐보이는 고슴도치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완성된 디자인과 편집본을 메일로 보내자 '검판용'이란 제목의 답장이 왔다.

본격 인쇄 전에 교정과 점검을 위한 시험용 인쇄본을 의미하는 검판은 마지막 수정의 기회이기에 이틀에 걸쳐 매의 눈으로 면밀하게 살폈다. 사진 구성과 크기, 병렬 배열까지.... 사진의 세심한 조정은 작품의 완성도를 좀 더 올렸다.


드디어 힘겹게 30권을 안고 가볍게 돌아오던 날,

책상 위에 열 권씩 세 줄로 도열한 녀석들을 보며 히죽거리고 있다.

남들한테는 문집 수준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부커상 수상 같은 기쁨이자 보람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아쉬움은 남는 법이다.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책날개의 유무가 책의 퀄리티를 좌지우지하는지 요번에 확실히 알았다.

혹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책날개는 할 것이다.

구시렁대자면 인쇄는 출판사 측에 일임했기에 아예 생각도 못 한 부분이었다.

아쉬움은 내려놓자.

이렇게 하나 또 배웠으면 되었다.


당분간은 이쁘게 늘어선 이 녀석들을 보며 혼자만의 기쁨을 좀 더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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