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개인은 맥없이 당해야만 하는가?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에 따른 개인의 피해와 대응 방법에 대한 분개

by 게을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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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와 롯데 카드의 개인 정보 유출은 힘없는 개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힘들게 유심을 바꾸고, 인증서를 교체하고, 카드의 비번 변경 및 카드 교체를 하게 했다.

'디테일이 악마'라고 개인이 해야 하는 추후 작업이 꽤 많았다.

제일 열받는 것은 "안 해도 될 일을 하는 거!"

'사과, 최선, 유출 사실 확인....'

갑은 변명의 공지문 하나뿐이다.

발품을 팔고 일일이 챙겨야 하는 건 을의 몫.

욕 나온다.



아침에 포털에 크게 뜬 '롯데카드 해킹사건'을 보고 깜짝 놀라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다.


'존경하는 고객 여러분, 롯데카드 대표이사 조좌0입니다. (생략)....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 정보 유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왜 이 공지가 눈에 익지?

얼마 전 SKT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 공지를 다시 찾아보았다.

'.... 사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유출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까지 해당 정보 악용 사례는 없다.... 다시 한번 죄송.... 최선....'

'롯데카드' 대신 'SKT'를 치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짜증이 난다.

에잇, 또!

하필 왜 또 나야?


사례 1


지난번 SKT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도 온 나라 절반이 허둥대며 새 유심 교체를 위해 난리 쳤다.

유심이 있는 대리점을 검색하고 전화통을 붙잡고.... 그나마 검색이나 기동력이 빠른 젊은이들은 알아보기라도 하지, 팔십이 훨씬 넘은 우리 부모는 내게 전화해서 어떡하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니 기다리시라.'는 대답에 슬쩍 짜증이 섞였다.

내 코가 석 자였기 때문이다.

출국 일주일 전 일어난 일이기에 마냥 기다릴 형편이 못 되었다. 할 수 없이 스무 번도 넘게 전화하여 간신히 연결된 고객센터의 대답은 '곧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가 나갈 것이니 기다려 달라.'는 앵무새 답변이었다.

며칠 후 공항에서 출국자 우선으로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확인했다. 출국 비행기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유심을 교체할 시간이 빠듯했다. 그 전날 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몇 시간을 대기하여 교체했다. 생각지 않은 호텔비를 지출하였고, 모든 앱의 인증서를 다시 받아야 했다.

쓰지 않아도 될 시간과 돈 그리고 스트레스는 개인의 몫이었다.


사례 2


요번 롯데카드도 회사에서 내놓은 해결책으로는 세 가지인데 결재 비밀번호 변경과 해외 결재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라는 것 마지막은 카드 교체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결재 비번은 보통 통일을 해 놓는다. 그런데 이것만 바꿔 놓으면 헷갈릴 것 같았다. 관성적으로 익숙한 비번을 분명히 습관적으로 기입할 거고, 결재 오류가 나면 크게 당황할 것이 뻔하다. 그러다가 5회의 기회를 모두 날려 버리면 낭패다. 결국 메모장에 나만 아는 기호로 적어놓았지만, 그것도 불안하다.

해외 결재 서비스 차단도 해 놓았는데, 자주 해외로 나가는 나는 반드시 다음번 출국 때 잊지 말고 해제해 놔야 한다.

여전히 찜찜하다.

결국 카드 재발급을 선택했다.

고객센터를 통해 재발급 신청을 하였는데 '전 카드와 연결된 자동이체는 그대로 연장되는가?'에 대한 나의 질문에 대부분 그렇지만 고객이 한 번 더 확인하라는 말에 또 훅 올라왔다. 자기들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카드는 공짜로 바꿔줄 테니 귀찮은 디테일은 네가 해! 심사가 꼬인 난 그렇게 들렸다.


카드를 배송받았다.

끝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결재 시스템에 이 카드를 저장해 두었던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가며 먼저 카드를 삭제하고 새 카드 정보를 입력하였다. 통신 요금 할인 때문에 신청한 카드였기에 실적을 올리고자 많은 곳에 심어두었다.

결국 갑이 외면한 귀찮은 발품은 을의 몫이었다.


사례 3


백수인 내게 가장 넉넉한 것은 시간이다.

SKT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반성과 미안함으로 내놓은 각종 행사 중에 '도미노피자 포장 시 60% 할인' 쿠폰 제도가 있었다. 그 기회를 활용하고자 하는 을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원하면 남도 원한다.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불가했고, 어쩌다 접속되어도 해당 지점은 '재료 준비 중' 또는 '많은 주문으로 일시 정지'라는 팝업이 떴다. '예약 주문'을 권장하는 홈페이지 지시대로 하면 쿠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피자를 60% 할인받아서 살 수 있는 쿠폰은 '빛 좋은 개살구'였고, 날개를 뺏고 날아보라는 폭력이었다.

시간을 써서 돈을 절약하고자 하는 백수의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로 귀결되었다.


개인은 무력하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단체 목소리를 낼 때 저들은 두려워한다.


거대한 자본은 몇 푼에 좌지우지하는 개인의 아킬레스를 너무 잘 알고 그것으로 목줄을 죈다.

던지는 떡밥의 유혹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 기술은 항상 우리 머리 위다.

그래서 팔자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자고?

노노!

하다못해 담벼락에 욕이라도 쓰라는 김대중 대통령 말씀처럼 자본의 잘못에 대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지적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나도 저 문제에 대하여 고객센터에도 어필하고 댓글로도 여기저기 썼다.

단체 행동으로 옮기면 더욱 좋다. 그때는 그들도 '앗, 뜨거워!' 한다.

이것이 현직에 있을 때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점이다.

포기가 그들이 가장 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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