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그리며 느낀 소회
첫 번째 한옥은 '인문 아카이브 양림& 카페 후마니타스'라는 카페 이름치고는 너무 길어서 절대 외울 수 없는 곳이다. 뜻을 알고 나니 그나마 한쪽은 외워졌다.
인문 아카이브 양림(養林)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뜻으로 지역의 인문학 행사도 하고, 작은 도서관으로도 활용된다. 후마니타스(Humanitas)는 '인성, 인간애'라는 뜻의 라틴어로 전반적으로는 카페로 운영하면서 인문학 행사를 하는 곳이다.
내부는 지하 포함 4층인데, 외부에서 보면 2층으로 보인다.
특이한 발상으로 지은 한옥의 위연이 돋보인다. 숭엄함까지 느껴진다.
십 년을 넘게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우연히 알게 된 저곳에서 하게 되어 가봤는데, 우리 모임에 딱이라는 평가를 얻은 곳이다. 그래서 그 기념으로 그리게 되었다.
두 번째 한옥은 처음 드로잉을 시작한 즈음에 엽서를 보고 그린 그림이다. 북천동 한옥 골목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엽서를 보고 '그리고 싶다'라는 즉흥성으로 시작했는데 집의 개수까지 세면서 그렸던 정성이 떠오른다. 지금 같으면 몇 채 정도는 생략할 텐데 초창기에는 뭐든 다 그려야 하는 강박에 꽤 오랜 시간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다.
세 번째 한옥은 청주의 상당산성이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에 청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인데 이것 역시 초창기 작품으로 좀 엉성함이 보인다.
네 번째 한옥은 너무나 유명한 경주 '동궁과 월지' 야경이다. 동궁은 그럭저럭 만족하나, 하늘과 물 표현이 번지는 바람에 월지는 꽝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구도와 야경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만족한다.
그리는 사람한테 한옥은 참 매력적인 소재이다.
특히 지붕은 팔작지붕,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솟을지붕, 팔모지붕 등 아주 다양한 모양으로 거대미를 뽐낸다.
'한옥 지붕 그리다가 지친다.' 할 정도로 다양함을 표현하다 보면 꼭 뭔가는 하나를 빼먹기 일쑤이다.
지붕을 그리다 보면 가분수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염려가 들 정도로 지붕은 한옥 전체 비율의 반을 차지한다.
거대함을 넘어 장중하다.
그래서 제목을 과감히 저렇게 붙였다.
혹시 대목장(大木匠)께서 이 제목을 보신다면 어이없어서 웃으실까?
한옥의 구조를 모르고 떠드는 풋내기의 치기에 화내실까?
웅장한 한옥 지붕은 그 안에 섬세함을 감추고 있다.
기와, 처마, 서까래, 용마루, 추녀, 마룻보, 상중보(대들보), 하중보, 툇보, 종도리, 상중도리, 중중도리, 하중도리, 주심도리... 그 많은 구조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기 역부족이다.
기와는 또 어떤가?
암기와, 수키와, 암막새, 숫막새 등 기와의 종류와 기본 구성 역시 다양하다.
한옥 지붕은 섬세하게 그릴수록 완성도와 만족감이 배가된다.
그래서 다른 건물이나 풍경을 그릴 때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정성을 들인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듯 인풋과 아웃풋은 비례한다.
하루이든, 인생 전체이든 집중과 설렁함을 잘 배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