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고찰 9 :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길거리에 펄럭이는 온갖 종류의 현수막 중에 점집 홍보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내용은 '갓 신내림 무당....', '00장군신 방금 모신 영빨 뛰어난....'이다.
그쪽 세계에서 신내림 막 받은 무당이 가장 영험하고 용하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다.
요즘 모든 감각과 촉수가 ‘쓰기’에 빠져 있는 내게도, 저런 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망상이 퍼뜩 스쳤다.
만약 그 통설이 브런치 작가계에도 적용된다면, 난 단연 0 순위권일 것이다.
‘브런치 갓 등단 작가....’, ‘막 등단한 00 작가 글빨 뛰어난....’
상상의 날개는 결국 허상으로 빠졌고, 민망함을 감추려고 낄낄대며 현실로 복귀했다.
브런치 생태계에는 이미 구력과 필력을 장착한 작가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이미 브런치가 탄생한 십 년 전부터 꾸준히 써온 내공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어느 세계나 아웃복서들이 존재하듯 기존의 룰과 다른 방향으로 들어와 중원을 장악한 발칙한 천재들도 꽤 흥미롭다.
- 어떻게 여기서 이런 식으로 주제에 접근할 수 있지?
- 와, 이런 패러독스라니!
- 아니,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고 꼼꼼하게 쓸 수 있을까!
- 이런 고난을 어떻게 다 이겨냈을까.....
브런치 세계는 감동과 놀람의 연속이다.
투병기, 사업 실패 극복기, 사기 피해담까지 다양한 주제로 아픔과 아킬레스를 그대로 드러낸 진실의 힘은 무엇보다 세다. 브런치의 효능감 중 하나는 다른 작가가 인용한 책의 구절을 통해 나도 그 책을 읽게 될 때이다. 카타르시스뿐 아니라 끼리끼리만의 묘한 동질감과 기쁨이 있다. 6개월 차 브런치 작가로서 둘러본 다른 작가들의 세계는 다양하고 공고하다.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매일 배우고 있다.
얼마 전, 잘 쓰고 싶었던 욕망이 이상한 곳으로 전이되어 편법에 빠질 뻔한 일이 있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지인이, 다른 모임에서 얘기하다가 모 대학의 ‘수필 창작 교실’을 추천받았다고 전해주었다.
추천인이 한 학기 수업만 듣고 수필가로 등단했다는 것이다. 강사님의 첨삭 및 교정 지도가 아주 탁월하다고 했다. 평소 독서와는 거리가 있었고, 일기조차도 안 써봤다는 등단 수필가 얘기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겸손일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솔깃했다는 것이다.
첫 수업에 참여하고 그들의 기념 문집을 읽은 뒤에 나와 방향이 다름을 확실히 깨달았다. 글들은 거의 비슷한 톤과 소재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름을 지우고 보면 한 사람이 쓴듯한 확일적인 느낌이었다.
그들의 수업 방식과 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호두빵 틀에 찍힌 똑같은 호두 빵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남의 틀에 맞추어 얻은 등단은 내 글쓰기의 목적이 절대 아니다. 사생 대회에 출품된 아이들의 그림에서 출신 학원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육십에 글을 시작하면서 그런 학원 출신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만의 손맛을 느끼고 반골 기질을 여전히 간직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결국 수강을 취소했다.
요즘 필사까지 하면서 열심히 독서 중인 책이 있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이다. 강렬하게 뇌리를 꽉 붙잡은 구절은 '난삽함을 버린 간소함이 제일의 요소이다. 버릴 수 있을 때까지 버리고 간소함을 유지해야 한다. '이다. ‘나만의 것이 곧 문체’라는 것도 감명과 용기를 준다.
작가의 가장 큰 바람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잘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은 독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는 글이다.
논리성과 명확성이 떨어지고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글은 독자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떠난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6개월, 글이 조금씩 내 몸에 붙는 느낌이다.
뭣 모르고 시작할 때는 장황하게 다 뱉어내는 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면, 지금은 퇴고를 거듭하며 깎고 버림에 집중한다. 확신은 없지만 매일 같이 ‘나를 쓰는 일’이 단단하게 나를 만들고 있다.
이미 근력 운동을 통해 디스크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는 안다.
글에도 근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근력이 쌓일 때 글은 비로소 오래 버티고 독자를 붙잡을 힘을 가질 것이다.
오늘도 도서관 폐관 시간까지 책을 읽고 끄적거린다.
엔터 키와 백스페이스 키가 열 일을 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