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못한 채로, 도착한 것
“내일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일지도 몰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우체국의 문이 스스로 잠금쇠를 풀었다. 누구도 손대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 사용한 것처럼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불이 깜빡이거나 바람이 스며든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공기의 결이 바뀌었다. 같은 고요인데,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은 고요였다.
포노는 본능처럼 꼬리를 곧게 세웠다. 쿼카는 식탁 모서리에서 내려와 루네의 등 뒤로 한 발짝 다가섰다. 셋 모두 말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와 별관을 잇는 복도, 그 중간쯤에서 아주 얇은 울림이 번지고 있었다. 소리라고 하기엔 부족했고, 침묵이라고 하기엔 분명했다.
루네는 숨을 들이마셨다. 깊지 않았고, 일부러 고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자신도 모르게 찻잔을 내려놓았던 손이었다. 포노가 그 떨림을 먼저 알아챘다.
“지금이야.”
포노는 묻지 않았다. 단정하듯 말했다.
쿼카는 침을 삼키며 주변을 살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우편번호표, 닫혀 있어야 할 기록 서랍, 그리고 별관 쪽 가장 안쪽 우편함. 그중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손톱 하나 들어갈 만큼의 틈. 분명 아까 정리할 때는 닫혀 있었던 곳이었다.
“저 우편함…”
쿼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직 아무 마음도 들어오지 않은 칸이에요. 보관도, 발송도 되지 않은…”
루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바닥이 기억하는 듯 아주 미세하게 울렸다. 별관에 들어서자 은빛 가루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보다 어두운, 그러나 더 깊은 빛이 바닥을 얇게 덮고 있었다. 오래된 달빛을 종이에 눌러 옮긴 것 같은 색이었다.
그 빛은 길이 되지 않았다. 이어지지도, 끊기지도 않은 채 한 걸음씩만 허락하듯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은, 우편함 바로 앞에서 멈춰 있었다.
루네는 우편함을 열었다.
안에는 봉투 한 장이 있었다. 주소도, 이름도, 도착 날짜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봉투의 재질이 유난히 얇았다. 손에 들자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감각이 남았고,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편지는 없어.”
루네가 말했다.
포노가 다가와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안 적힌 거네.”
쿼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이에요. 쓰려다가 멈춘 게 아니라, 아직 단어를 찾지 못한 상태.”
그 순간, 별관 바닥의 빛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길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분명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체국 안쪽이 아니라, 문 쪽을 향해서. 마치 누군가 들어오다 말고, 한 걸음 남겨둔 채 서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자리에, 그림자가 맺혔다.
형태는 분명하지 않았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얇았고, 기억이라고 하기엔 너무 또렷했다. 하지만 그 그림자에는 분명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두려움보다는 망설임, 공포보다는 미안함에 가까운 기척. 오래 말을 고르다 결국 문 앞까지 와버린 마음의 모양.
루네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포노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루네.”
“알아.”
루네는 낮게 대답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말은 고백처럼 흘러나왔다. 우체국을 지켜오면서, 수없이 많은 마음을 맞이했지만 이런 기척은 드물었다. 부탁하지도, 매달리지도 않으면서도 분명히 누군가를 향하고 있는 마음.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건, 머물겠다는 뜻이 아니라 결정을 요구한다는 뜻이었다.
그림자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다가오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괜찮아.”
루네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여긴 우체국이야. 완성되지 않아도 들어올 수 있어.”
그 말에 응답하듯, 그림자의 가장자리가 희미해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마치 숨을 한 번 고르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별관 문 뒤에서 종이학이 스스로 날개를 떨었다. 바람도 없고, 손길도 없었는데. 은빛이 아닌, 조금 어두운 빛 한 점이 떨어져 바닥에 스며들었다.
쿼카가 숨죽여 말했다.
“이건… 돌아갈 수 없는 신호예요.”
포노는 루네를 바라보았다.
“선택해야 해. 들이거나, 돌려보내거나.”
루네는 봉투를 가슴께로 끌어당겼다. 봉투 안에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무거웠다. 누군가 이곳까지 와서도 말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쉽게 만들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
그 사이 우체국 시계는 한 칸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안에.”
루네가 말했다.
“오늘 안에 결정해야 해.”
그림자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러서지도 않았다. 마치 기다리는 것처럼. 그저 문 앞에 서서, 선택이 내려지기를.
우체국의 밤은 아직 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했다.
이 밤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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