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 위에 남은 기척
별관 안쪽으로 이어지던 은빛 가루의 길은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루네와 포노가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본관에서 사람 부르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바쁜 시간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우체국은 서서히 고요를 되찾았다. 종이학이 남겼던 떨림도 사라졌고, 바닥에 남아 있던 은빛 잔향만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루네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한바탕 지나가고 나니, 조용하네.”
포노는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기지개를 켰다.
“나 진짜 쓰러지는 줄 알았어. 쿼카는 어디 갔어?”
바로 그때, 상자 하나 뒤에서 둥글고 작은 얼굴이 뾰족하게 올라왔다.
쿼카가 리본을 목에 감은 채 말했다.
“여기 있어요… 리본 정리하다가 매듭이 꼬여서요.”
루네는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둘 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본관과 별관의 문을 닫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점심을 훌쩍 넘어 있었다. 세 사람은 작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루네는 급하게 준비한 늦은 점심을 꺼냈다. 샌드위치와 따끈한 차, 그리고 쿼카가 가져온 과일 말림. 포노는 식탁 위에 앞발을 올리고 빵 끝을 살짝 눌러보며 말했다.
“이거 내가 먼저 한 입 먹어도 돼?”
쿼카가 잽싸게 빵을 당겼다.
“안 돼요! 포노는 항상 먼저 먹으려고 해요!”
두 동물의 작은 실랑이에 루네는 피곤함 속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여유 속에서도 작은 떨림이 가슴 어딘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식탁 위 구석에 놓인 이전의 봉투, 종이학의 잔빛, 그리고 아까 별관에서 스친 기척.
포노가 샌드위치를 씹다 말고 루네를 바라보았다.
“루네… 너 지금도 떨리는 거 알아?”
루네는 찻잔을 움켜쥐며 숨을 고르려 했다.
“아까 느낀 그 목소리가… 자꾸 귀에 맴돌아.”
쿼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직 근처에 있는 걸까요?”
루네는 잠시 식탁 위에 시선을 두었다.
조용한데도, 고요가 고요하지 않은 느낌.
분명 바빠서 생긴 피로가 아닌, 무언가가 아주 가볍게 문틈을 두드리는 듯한 울림이었다.
“멀리 가진 않았어.”
루네가 작게 말했다.
“아까 별관에서 느낀 그 파동이… 지금도 남아 있어. 아주 얇게, 금방 사라질 것처럼… 그런데 계속 이어져.”
포노가 귀를 움직이며 식탁 아래를 살폈다.
“그럼… 우리를 보고 그냥 지나간 건 아니겠네.”
루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를 보고 갔어.”
포노와 쿼카의 시선이 동시에 루네에게 향했다.
포노가 물었다.
“그럼 진짜 곧 오는 거야? 그 기척의 주인이?”
루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흔적만 남기고 갔다면… 내일쯤에는 도착하겠지.”
그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식탁 구석에서 쉬고 있던 종이학의 날개가 스스로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바람도 없고,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종이학은 마치 ‘대답하듯’ 한 번 더 떨림을 보냈다.
은빛 가루 한 점이 종이학 끝에서 떨어져 루네의 손등 위로 내려앉았다가 금세 사라졌다.
포노가 숨을 삼켰다.
“루네… 이거 신호야. 종이학이 스스로 움직일 때는 하나뿐이잖아.”
쿼카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길이 가까워졌다는 뜻.”
루네는 사라진 은빛 가루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제는 정말…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순간,
우체국 바깥에서 아주 희미한 발소리 하나가 지나갔다.
너무 가볍고 너무 짧아서 들은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발소리.
루네는 손등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말했다.
“내일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일지도 몰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