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서, 결국 잠에서 깬 꿈

조용하지 못한 밤의 기록

by Helia

시끄러워서 잠에서 깼다. 정확히 말하면, 꿈이 너무 시끄러웠다. 눈을 뜨고 나서도 한동안 귀가 먹먹했고, 방 안은 조용했는데도 그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대로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방금 전까지 보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꿈은 분명 특별할 것 없는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끝에 가서 나를 깨워버릴 만큼 또렷해졌다.
꿈속에서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익숙한 집 안이었지만 현실과는 조금 달랐다. 조명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았고, 방 안의 공기는 고여 있는 듯 가만히 멈춰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여자 둘과 여러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졌다가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반복됐고, 사람들은 몸을 의자에 맡긴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분명 소리가 클 텐데도, 그 소음은 나에게 또렷하게 닿지 않았다. 대신 화면의 움직임만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 않았다. 왜 타지 않았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꿈속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나는 앉아서 보고 있었고, 화면 속 사람들만이 속도를 견디고 있었다. 화면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있어서, 아무리 급격한 장면이 나와도 나에게는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저 안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는 타지 않는 쪽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시야 한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먼지인 줄 알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빛에 반사된 작은 점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미 같기도 하고 벌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개미가 날아다닌다는 게 이상했고, 벌이라고 하기에는 색이 맞지 않았다. 노랗지도, 검지도 않은 초록빛이었다. 선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애매한 초록색. 그 애매함이 오히려 더 신경을 건드렸다.
그것은 내 주변을 맴돌았다.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고, 잠시 사라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타났다. 공격하지는 않았다. 쏘지도, 물지도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 시야 끝에 걸렸고, 시선을 피하면 다시 앞으로 날아왔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윙윙거리는 소리인지, 공기가 흔들리는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소리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존재가 가까이 올수록 주변이 점점 시끄러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화면 속 롤러코스터보다, 이 작은 날갯짓이 더 크게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있지만 몸은 편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는데도 마음만 계속 움직였다.
그때 내 머리에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누가 씌웠는지는 보지 못했다. 소리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었다. 왕관은 반짝이지도 않았고 무겁지도 않았다. 머리에 얹혀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아차릴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손에는 트로피가 들려 있었다. 이것 역시 누가 건네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손에 쥐고 있었고, 오래 들고 있었던 물건처럼 낯설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기쁘지도 않았고,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놀라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였다. 왕관을 쓰고 트로피를 들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고, 텔레비전은 켜져 있었으며, 초록색의 그것은 계속 날아다니고 있었다. 중요한 장면이 펼쳐진 것 같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평평했다.
오히려 그 존재가 더 신경 쓰였다. 왕관과 트로피가 생겨도 주변의 작은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내 시야를 가로질렀고, 공기를 흔들었고, 집중을 흐트러뜨렸다. 주변은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나는 소리인지, 방 안 어딘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커지는 소리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여러 소리가 겹쳐진 것처럼 어수선했다.
집중하려고 하면 할수록 소음은 더 커졌다. 가만히 있으려고 하면 할수록 주변이 더 복잡해졌다. 결국 그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 현실의 천장이 보였다. 방 안은 고요했지만, 귀는 한동안 먹먹했다.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빨리 뛰고 있었고, 숨을 고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잠에서 깬 직후에도 꿈의 장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왕관의 감촉이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고,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던 감각도 잠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왕관도 트로피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내 주변을 날아다니던 초록색의 그 존재였다. 작고 사소해 보였지만 끝까지 나를 깨운 이유.
다시 잠들기까지 한동안 그 이미지를 떠올렸다. 의미를 붙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무슨 꿈이었는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고,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그 꿈이 나를 깨웠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시끄러워서 깬 꿈이었다. 그리고 잠에서 완전히 깬 뒤에야, 현실이 꿈보다 조금 더 조용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안심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