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직 말을 시작하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 순간, 해윤은 공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실내에서 숨 쉬던 방식으로는 바깥을 견딜 수 없었다. 숨은 짧아졌고, 가슴은 제 속도를 잃은 채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어젯밤의 끝에서 오늘로 넘어오는 길목이 이렇게 매끄럽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할 줄은 몰랐다. 몸은 늘 기억보다 빨랐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늘어졌다.
발걸음은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감각은
계속 뒤로 당겨졌다. 책상 위에 덮어둔 노트,
넘기지 않은 페이지, 손바닥 아래에서 아직 식지 않았던 종이의 온도. 해윤은 주머니 속에서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고였다. 긴장이라는 이름의 신호였다.
버스가 도착했고, 해윤은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자리는 없었다. 손잡이를 잡고 선 순간, 차가 출발하며 몸이 살짝 흔들렸다. 중심이 한 박자 늦게 돌아왔다. 어젯밤, 바닥이 기울던 감각이 아주 미세하게 겹쳐졌다. 해윤은 눈을 감지 않았다.
오늘은 쓰러지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없었다.
다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창밖 풍경이 뒤로 밀려났다. 건물과 간판, 신호등과 사람들. 모두 제 할 일을 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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