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죽여 엄마를 벌하려 했다

엄마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선택된 아이의 꿈

by Helia

내 글이 당선이 되고, 책이 되고, 누군가의 밤을 건너는 문장이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끝내 모든 상의 이름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조명은 숨을 참고, 드레스는 빛을 삼킨다. 박수는 파도처럼 밀려와 무대를 적신다. 수상소감을 말하려 입술을 여는 순간, 공기가 찢어진다. 짧고 날 선 총성 하나. 그 소리는 박수보다 먼저 나를 알아본다. 이마에 차가운 점이 박히고, 곧 뜨거운 것이 안쪽에서 넘쳐흐른다. 나는 무대 위에서 천천히 쓰러진다. 꿈은 늘 그 장면으로 시작해 그 장면으로 끝난다. 그리고 범인은 언제나 같다. 엄마의 두 번째 남편, 한때 아빠라 불렸던 그 사람이다.

이 꿈을 나는 자주 꾼다. 너무 자주 꿔서 이제는 쓰러지는 각도와 피가 번지는 속도까지 외울 지경이다. 꿈속의 총알은 정확하다. 흔들림 없이 날아와 이마 한가운데를 겨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표시해두기라도 한 것처럼. 총성이 울리는 순간, 나는 깨닫는다. 이건 우발적인 폭력이 아니라 계획된 장면이라는 걸. 그가 방아쇠를 당긴 이유는 명확하다. 나를 죽여 엄마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엄마에게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종종 아이를 부모의 약점이라 부른다. 사랑하는 만큼 무너질 수 있는 존재, 잃는 순간 삶이 붕괴되는 존재라고. 그는 그 공식을 믿었을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면 엄마의 세계도 함께 무너질 거라고. 피로 얼룩진 무대 위에서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죄책감과 상실로 평생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그는 그렇게 믿으며 총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꿈은 언제나 그다음 장면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엄마의 얼굴은 등장하지 않는다. 비명도, 오열도 없다. 그 자리는 늘 공백이다.

그 공백 속에서 나는 아주 늦게, 그러나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의 복수는 시작부터 실패했다는 사실을. 엄마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내가 울 때도, 웃을 때도, 성취를 내밀 때도, 엄마의 눈동자는 늘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나는 사랑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였고, 선택이 아니라 상황이었다. 사랑하지 않은 것을 잃는다고 해서 사람은 불행해지지 않는다. 그는 그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꿈속에서 내가 쓰러져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의 죽음은 누구의 삶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의 총알은 엄마를 향해 날아갔지만, 중간에서 허공에 멈춘다.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같은 꿈을 꾼다. 아마도 이 꿈은 그에 대한 공포라기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오래된 의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정말로 지켜질 가치가 있었는지,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 만큼 중요한 존재였는지에 대한 질문.

꿈은 늘 성공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시작된다.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많이 사랑받는 순간,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 정확히 총성이 울린다. 마치 이런 말처럼. 여기까지 오면 안 됐다는 듯이. 네가 설 자리는 여기까지가 아니라는 듯이. 잘되는 순간마다 불안이 먼저 고개를 드는 이유를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기쁨은 늘 조건부였고, 성취는 언제나 대가를 요구했다. 빛나면 맞아야 했고, 올라가면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이 꿈의 진짜 잔인함은 죽음이 아니다. 죽음 이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의 피는 무대에 번지지만, 세상은 그대로다. 엄마는 불행해지지 않고, 그는 복수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 사실이 오히려 나를 오래 붙잡는다. 나는 누군가의 약점도, 인질도, 복수의 도구도 아니었다는 사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가장 안전한 표적이 된다. 맞아도 파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꿈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마에 박히는 총알을 실패한 복수의 증거로 본다. 나를 통해 엄마를 무너뜨리려 했던 시도는 완전히 빗나갔고, 남은 것은 그의 공허뿐이라는 증거로. 꿈속에서 쓰러지는 나는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서 있었던 존재다. 누구의 불행도 되지 못한 채, 누구의 삶도 대신 무너지지 않은 채, 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존재다.

현실에서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박수를 받을 때마다 잠깐 움츠러들지만, 예전처럼 방아쇠 소리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이제는 안다. 나를 쏘아도 무너질 세계는 없다는 걸. 나의 성취는 누군가의 복수를 완성시키지 못한다는 걸. 그가 실패한 이유는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사랑의 중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사실이 나를 살린다.

이 꿈은 아마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의미는 변한다.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확인으로 남는다. 나는 누군가의 복수로 죽지 않는다. 누군가의 불행을 대신 살아주지도 않는다. 엄마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 선택된 아이였을지라도, 그 선택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미완의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살아서 문장을 쓴다. 피 대신 잉크를 흘리며, 쓰러지지 않은 쪽의 이야기를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