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못한 마음
당신은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것이
말보다 먼저 와 있었다
봄이 그랬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이미 모든 것을 바꿔 놓고
뒤늦게 꽃을 피웠다
나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동안
당신은 이미
이별의 반쯤을 건너 있었고
말은 늘
남은 사람 쪽으로만 기울었다
손을 뻗지 않았다
뻗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주
늦게 도착한 이해를 남긴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문이 닫혀 있고
문 앞에는
말하지 못한 말들이
바람처럼 흩어져 있다
꽃은 왜 피는지 설명하지 않고
당신은 왜 가는지 남기지 않았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봄에서는
유난히 정확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울지 않음으로
이별을 미루고 싶었다
눈물은 늘
끝을 향해 흐르니까
당신의 침묵은
하루가 아니라
시간이 되었고
나는 그 시간 안에서
자주 멈췄다
아직 닫히지 않은 문장
끝내 마침표를 얻지 못한 채
나를 세워 두는 문장
봄은 늘
이별의 편에 선다
떠난 쪽을 배웅하지도
남은 쪽을 위로하지도 않은 채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계절을 연다
붙잡지 않았다고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다
놓지 않음으로
버틴 날들이 있었다
사라지는 것은
늘 조용하고
소리를 내는 것은
언제나 남는다
나는 남아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하루씩 접었다
접힌 마음들은
계절 속에 끼워 넣으면
언젠가는
평범해질 거라 믿으면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러나 어떤 이별은
끝내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아서
더 오래 남고
더 오래 남아서
쉽게 말해지지 않는다
봄은 다시 온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 피는 것들 사이에서
사라진 것들은
조용히 자리를 비킨다
당신의 부재도
그렇게 계절에 섞여
더 이상 아프게 튀어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채
내 안에 남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계절이 아니라
끝내 말이 되지 못한 채
혼자 남아
사랑을 견디고 있는
나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오늘도
봄을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