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듣지 않는 선택

내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by Helia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다음을 향해 걸을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해윤은 잠시 멈춰 섰다.
멈췄다는 사실보다, 멈출 수 있었다는 감각이 먼저 와닿았다.
숨이 가빠지지 않았다. 심장은 뛰고 있었지만, 달아나자고 조르지 않았다. 지금의 박동은 살아 있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가방 속에서 봉투가 옷깃에 살짝 부딪혔다. 종이가 움직이며 내는 마찰음. 목소리가 아닌 소리. 의미를 담지 않은 소리. 그래서 해윤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모든 것은 아직 다음에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햇빛이 생각보다 강했다. 해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오늘은 위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봤다.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의 흔적들. 겹쳐지고, 지워지고, 다시 생기는 무늬들. 누구의 것도 아닌 흔적들이 모여 길이 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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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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