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비가 멎지 않는 문턱

비가 길을 바꾸는 저녁

by Helia

미미는 그 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바느질을 이어갔다.
시간은 눈에 띄지 않게 옮겨 다녔다. 실이 몇 번 더 이어졌다가 풀렸고, 다시 당겨졌다. 계절은 늘 소리부터 바꾸며 다가왔다. 잎이 두꺼워지고, 그늘이 길어졌다. 여름은 그렇게 말랑숲에 들어왔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았다. 비는 가늘게 시작해 굵어졌고, 굵어졌다가 오래 남았다. 그칠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더 오래 머물렀다.

천둥은 멀리서 몸을 풀듯 울렸다. 아직은 멀었다. 하지만 번개는 서두르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번쩍일 때마다 숲의 윤곽이 잠깐 드러났다 사라졌다. 미미는 번개를 세지 않았다. 대신 창가로 가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여름의 비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소리가 낮아질수록 오래 남았다.

비는 낮부터 내리고 있었다. 해가 기울자 소리는 더 가라앉았다. 낮은 소리는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집은 비를 막아 주었지만, 비의 기척까지 밀어내지는 않았다.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방 안으로 얇게 스며들었다. 미미는 등잔불을 조금 낮추고 작업대에 앉아 있었다. 실은 이미 여러 번 천을 오갔고, 바늘은 쉬어야 할 때를 알고 있었다.

그때 천둥이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다. 소리는 짧았지만, 바닥에 닿는 울림이 깊었다. 미미는 바늘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게 했다. 이런 밤에는 손보다 귀가 먼저였다. 물이 어디로 가려하는지, 어디에서 멈출지 듣는 일이 필요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둔한 소리였다. 비에 젖은 손으로 두드린 듯, 문과 손 사이에 물이 끼어 있었다. 미미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를 한 번 더 들었다. 다시 이어질지, 멈출지. 잠시 후 같은 리듬의 소리가 다시 왔다. 급하지 않았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미미는 문으로 갔다. 손잡이를 잡기 전, 현관 바닥에 고인 물을 앞발로 밀어냈다. 문을 여니 습기가 먼저 들어왔다. 비 냄새가 짙었고, 그 사이로 흙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온 냄새였다.
문 앞에는 두더지가 서 있었다. 몸에는 비가 묻어 있었고, 흙이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모자는 없었고, 눈은 반쯤 가늘어져 있었다. 빗속을 오래 걸어온 몸이었다. 두더지는 문턱에서 멈췄다. 안쪽을 보았지만, 쉽게 발을 들이지 않았다. 땅 위의 집에 들어오는 법을 아는 몸의 멈춤이었다.

“저녁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두더지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빗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단단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Heli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59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