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남은 것
나는 오래도록
마음을 먼저 말하려 하였다
말하지 않으면
진심이 아닌 것처럼 여겨져
조용한 것들을
서둘러 밖으로 밀어내곤 하였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내가 붙들고 있던 마음은
그 뒤에 남아
작게 떨고 있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모든 마음이
빛 아래로 나와야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진심은
어둠 속에 머물 때
비로소 온전하다는 것을
나는 그 후로
조금 늦게 말하기로 하였다
슬픔이 먼저 나가
상처가 되는 일을
겪고 나서야
침묵이
나를 지키는 울타리일 수 있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서
사라진 것들도 있었으나
말하지 않았기에
끝까지 남아
나를 지켜준 마음도 있었다
그 마음은
누군가의 판단에 흔들리지 않았고
쉽게 이름 붙여지지 않아
오래도록 숨을 쉬었다
나는 이제
모든 것을 고백하지 않는다
조금 더 안쪽에
머물게 한 채
나와 나 사이에서
천천히 익히기로 한다
아마 우리도
말하지 않은 채
품고 있는 마음 하나쯤
있을 것이다
부르지 않았기에
흩어지지 않았고
삼켰기에
살아남은 것들
나는 오늘도
한 문장을 입 안에 두었다
그 문장은
종이 위에 적히지 않았으나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났다
나는 믿는다
소리 내지 않은 진심이
때로는 더 오래
사람을 지켜준다는 것을
그러니 나는
급히 말하지 않겠다
말하지 않아서
살아남은 마음을
조용히
내 곁에 두겠다
그것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한 가지 길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