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으로 한 문장을 적었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쓰지 못하였다
그러나
부끄럽지는 않았다
말이 오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 위에 올려둘 문장이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아직
숨 속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
작은 숨 하나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그 숨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히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나는 펜을 들고
여러 번 첫 문장을 생각했으나
문장은
생각보다 늦게 오는 존재였다
오히려
침묵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 밤은
말보다 침묵이 깊었고
나는 그 깊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글자가 되지 못한 생각들은
입술 끝에서 머물다
다시 안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붙잡는 순간
거짓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알았다
모든 진실이
소리로 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울지 않고도
울음이 있듯
말하지 않고도
문장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
숨으로 한 문장을 적었다
아무도 읽지 못할 문장
그러나 나만은 아는 문장
그 문장은
종이 위에 남지 않았으나
내 안에서
조용히 또렷해졌다
숨이 깊어질수록
그 문장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나는 그 문장을
굳이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하였다
꺼내는 순간
작아질 것 같아서
말로 옮기는 순간
낡아질 것 같아서
이 밤은
다 쓰지 못한 채
내 안에 머물렀다
그러나 머묾은
결핍이 아니었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나의 것이었다
나는 문득 생각하였다
아마 우리도
모르는 사이
숨으로 하루를 건너고 있을지
모른다고
웃고 말하고 걸어가는 동안에도
글자가 되지 못한 마음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을지 모른다고
누군가는 그것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조용히
자기만의 문장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그 사실을 믿기로 하였다
말보다 먼저
숨이 있다는 것을
문장보다 먼저
살아 있음이 있다는 것을
나는 고요한 밤에
나를 바라보았다
잘 쓰지 못한 나를
책망하지 않았다
말이 늦는 나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다만
같은 속도로
나와 나를 나란히 두었다
숨은
나를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 숨을 따라
천천히 하루를 지나왔다
종이는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나는
비어 있음이
곧 공허는 아니라는 것을
그 밤에서 배웠다
쓰지 못한 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숨 속에 남아
다음 날의 나를
조용히 밀어준다
나는 믿는다
말로 적은 글보다
숨으로 남긴 문장이
더 오래
나를 밝힐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은
쓰지 못해도 괜찮다
문장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숨이
여전히 나를 지키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