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이름 없이 남은 감정

아직 부르지 않은 마음

by Helia

나는 오늘도
한 감정을 끝내 부르지 못하였다

부르면
그것이 나를 떠날 것 같아서

말로 적는 순간
그 온기가 식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다만
입술을 닫은 채
그 감정 곁에 서 있었다

그것은 기쁨이라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였고

슬픔이라 하기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리움이라 부르기에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았고

허전함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따뜻하였다

나는 여러 번
이 감정의 이름을 찾으려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였다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지 않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그것을 한 칸에 가두는 일이라서

나는 이 감정을
가두고 싶지 않았다

이름 없이 남은 채로
나의 하루를 따라다니는 것이
차라리 자연스러웠다

아무 일 없는 아침에도
사람들 사이를 걷는 오후에도

문득
가슴 한가운데가
조용히 비어 있는 듯해질 때

나는 안다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숨 쉬고 있음을

나는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것을 붙잡지도 않았다

그것이 나를 붙들지 않았으므로

다만
같은 속도로
걸어주었다

이름 없이 남은 감정은
나를 더 정직하게 만들었다

기쁘다고 속이지도
슬프다고 과장하지도 않게 하였다

나는 오늘도
그 감정을 데리고
조용히 하루를 건넌다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답하지 못하는 이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언젠가
이 감정이 스스로
자기 이름을 말할 날이 오더라도

나는 서두르지 않겠다

지금은 다만
이름 없이 남아 있는 채로

나와 함께
숨 쉬는 것을

허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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