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부르지 않은 마음
나는 오늘도
한 감정을 끝내 부르지 못하였다
부르면
그것이 나를 떠날 것 같아서
말로 적는 순간
그 온기가 식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다만
입술을 닫은 채
그 감정 곁에 서 있었다
그것은 기쁨이라 하기에는
너무 조용하였고
슬픔이라 하기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리움이라 부르기에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았고
허전함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따뜻하였다
나는 여러 번
이 감정의 이름을 찾으려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였다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지 않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곧
그것을 한 칸에 가두는 일이라서
나는 이 감정을
가두고 싶지 않았다
이름 없이 남은 채로
나의 하루를 따라다니는 것이
차라리 자연스러웠다
아무 일 없는 아침에도
사람들 사이를 걷는 오후에도
문득
가슴 한가운데가
조용히 비어 있는 듯해질 때
나는 안다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숨 쉬고 있음을
나는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것을 붙잡지도 않았다
그것이 나를 붙들지 않았으므로
다만
같은 속도로
걸어주었다
이름 없이 남은 감정은
나를 더 정직하게 만들었다
기쁘다고 속이지도
슬프다고 과장하지도 않게 하였다
나는 오늘도
그 감정을 데리고
조용히 하루를 건넌다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답하지 못하는 이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언젠가
이 감정이 스스로
자기 이름을 말할 날이 오더라도
나는 서두르지 않겠다
지금은 다만
이름 없이 남아 있는 채로
나와 함께
숨 쉬는 것을
허락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