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

나는 그 이름을 끝내 부르지 못했다

by Helia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서
목 끝까지 차오르는 그 이름을
나는 끝내 부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오래도록
부끄러워하였다


부르면
그 이름이 멀어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부르는 순간
내가 먼저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나는 여러 번
입술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이름은
목울대 아래에서
조용히 멈추었다


소리로 나가기에는
너무 또렷하였고


침묵 속에 두기에는
너무 선명하였다


나는 그 이름을
내 안에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말하지 않음이
겁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늦게 배웠다


드러내는 용기만이
용기는 아니라는 것을


지키는 선택 또한
하나의 결심이라는 것을


부르지 않았기에
그 이름은 흩어지지 않았고


입 밖으로 내지 않았기에

낡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더 오래 숨을 쉬었다


나는 그 숨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느 저녁
창을 열어둔 채
한참을 서 있었다


바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나는 그 앞에서
내가 지켜낸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하였다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은
사라진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함부로 내주지 않은
마음의 한 부분이었다


사람들은
부르지 않은 것을
놓아버린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안다


어떤 이름은
침묵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


아마 우리에게도
그런 이름 하나쯤
있을 것이다


부르면
가벼워질까 두려워


차라리
가슴에 두는 이름


잊은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낸 이름


나는 오늘도
그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외면하지도 않는다


침묵 속에 두고
끝까지 바라본다


그 이름은
내가 모른 척할수록
더 또렷해진다


멀어지는 사랑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오래 들여다보았듯


그 이름 또한
나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다만
서두르지 않을 뿐이다


말로 꺼내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될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랑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임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부르지 못한 이름은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또렷하게 알게 하였다


나는 안다


말하지 않은 진심이
때로는 더 깊다는 것을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이름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은

굳이 부르지 않아도 괜찮다

목 끝까지 차오르더라도
삼켜도 괜찮다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나는 여전히
그 이름을 알고 있고


그 이름 또한
나를 알고 있으니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은


잃어버린 이름이 아니라


지켜낸 이름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는


조용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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